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
단 한번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존재,
하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사진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존재를 환기시키고
소통하는 예술을 이야기하는 사진작가 이명호.
이명호
사진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으며,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이 주목받고 사랑받는 이유,
그와 나눈 이야기를 보시면 해답을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이명호 작가의 사진과
예술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Q. 이명호 작가님, 안녕하세요! 캐논
블로그 PLEX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작가 이명호입니다.
캐논피플을 통해 캐논
블로그 PLEX 독자 여러분께 처음 인사 드리게 되었는데요.
우선, 이렇게 캐논과 좋은 인연으로 뵙게 되어서 무척 반갑고
캐논 블로그
시즌2의 오픈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Q. 작가님께서는 동기들에 비해
조금 늦게 사진을 시작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르셨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으셨을까요?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학생들에게도 늘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계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진계,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성공해야지!" 이런
것들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본질이 흐려집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좋은 작업일진대, 평가에 연연하면 작업은 그저 출세를 위한 도구가 되어
버리죠.
그래서 그런 욕심을 버리고 제 작업에 대한 믿음을 가지니까
마음도 편해지고 작업도 더 잘 되더라고요.
마음가짐, 이것이
바로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Myoung Ho Lee, <Tree #2>, Ink on Paper,
(H)1240x(W)1040mm, 2006
Q. 작가님의 <사진행위 프로젝트>, 캔버스를 이용한
이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예술이란 게 본디 정답은 없을진대, 이렇게 발을 담근 이상 나름대로의 정리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예술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작업으로 옮겼습니다.
예술에는 여러가지 임무가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임무는
시공간의 한 지점을 기록하고 환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로 그 '재현'이라는 임무에 초점을 맞춰서 첫 작업을 시작했어요.
'예술' 또는 '작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스튜디오에 앉아
캔버스에 무엇을 그려 넣을 지 고민하는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꼭 어딘가에 들어가 캔버스에 무언가를 짚어 넣어야만 할 필요는 없겠죠.
그냥 텅 빈 캔버스를 실제하는 대상 뒤에 놓으면
그대로 작품이 됩니다.
캔버스를 활용하여 '재현'에 얽힌 이야기를 행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Myoung Ho Lee,
<Tree... #1_1>, Ink on Paper, (H)620x(W)520mm, 2011
Q. 첫 번째 시리즈가 <나무 시리즈>였어요. 다양한 피사체가 중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프로젝트의 이름이 <사진행위 프로젝트>잖아요.
‘사진’과 ‘행위’가 붙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제 행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기에 피사체의 어떤 코드가 너무 강한 건 적절치 않았죠.
그게 너무 강하면, 정작 제가 하는 행위는 뒤로 물러나고 그 의미만 부각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피사체는 사소하거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했는데,
딱 어울리는 것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가치를 잊고 사는 '나무'가 떠오르더라고요.

Myoung Ho Lee, <Tree... #2>, Ink on Paper,
(H)1040x(W)1520mm, 2012
Q. 세상에는 많은 나무가
있을텐데, 작품에 넣을 나무는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방방곡곡 발품을 팔고 다니며 많은 나무를 만났어요.
한번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요.
그 나무를 최소한 1년 이상, 사계절을 다 지켜봐야 해요.
계절마다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결국 작품화되는 것은 하나뿐이니까
나무가 갖고있는 이미지와 잘 맞는 때를 찾아서 작업하게 됩니다.
또 제가 계속 나무를 지켜보는 이유는,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화 시키기 위함이에요.
처음은 괜찮아도 두 번째 보면 아닌 경우가 있잖아요.
감정이라는 것은 본디 주관적이어서 한번 보고 바로 진행할 수 없어요.
예술은 소통을 전제로하는 것이니 반드시 객관화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보고 또 보고 선정한답니다.


View of Work ;
Tree...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모든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저는 1년에 고작 4점 정도의 작품을 내는 소작농이에요.
그만큼 한 작품에 쏟는 시간, 노동력, 자본 등이 큰
편이죠.
하나 하나 모두 정성을 들여서
모든 작품이 애틋하고 좋습니다.
Q. 이명호 작가님께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 미술의 단점 중 하나는 검증된 작가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서구는 조금 다른 듯해요.
비평가나 기획자가 자기 안목을 믿고 전시 경력도 미천한 무명작가에게 과감히 손을 내미는 사례가 많습니다.
개인전 이력이 한번도 없는 작가에게도 중요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게도 해주죠.
그만큼 자신의 안목을 믿는 것이고, 어떤 이력이 아닌 작가의 완성도를 보는 것 같아요.
완성도가 갖추어지면, 무명작가라도 기회를 주는 것이죠.
저도 그런 경우 중 하나인 듯해요.


요시 밀로
갤러리(Yossi Milo Gallery) Opening
Q. 작가님께서는 미국 뉴욕 사진 예술계의 실력자 '요시밀로'의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여신 적이
있죠.
요시밀로와 인연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우연하게 저의 지인이 제 작품을 보게 되었어요.
작품을 보더니 “이런 작품을 보여줘서 고맙다”라고 하며
이내 제 작품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영문으로 만들어 해외 미술 기관에 배포를 하더군요.
그게 계기가 되어 파리에 있는 출판사와 연결이 되고,
그것을 다시 네덜란드 FOAM(Fotografie Museum Amsterdam)에서 보게 된 것이죠.
그래서 FOAM에서 발행한 계간지에 제 작품이 심도 있게 소개되었어요.
한국 작가로서는 처음이기도 했고, 해외 활동 경험도 없던 제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요시 밀로가 FOAM을 통해 제 작품을 보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다른 곳들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이미 알고 있었고 존경하던 요시 밀로라 고민 없이 바로 함께 하게 되었죠.
Q.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사진 작업에 대한 철학이나 꿈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제 작업에 있어 집착하지 않아요.
집착하고 바라는 게 많아지면 거기까지 가는 길이 살얼음판만 같을 거에요.
그런데 굳이 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손 대대로 예술가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설령 다른 장르의 매체라 할지라도,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의 컨셉을 그대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100년, 1000년 짜리 프로젝트를 만들고 죽을 예정입니다. 하하하…

Myoung Ho Lee,
<Sea #4_Silk Road>, Ink on Paper, (H)1190x(W)1850mm,
2012

Myoung Ho
Lee, <Sea #5_Patagonia>, Ink on Paper, (H)770x(W)2290mm,
2012

Myoung Ho Lee, <View of Work ; Sea
#1_Gobi Desert>, Ink on Paper, (H)360x(W)2100mm,
2009
Q.
작가님께서 작업하실 때, 디지털이 아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필름 카메라를 쓰면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디지털 카메라는 얼마든지 찍을 수 있고 바로 확인도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단 몇 컷에 담아내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 더욱 정성스럽게 작업하게 됩니다.
또한, 아날로그 입자와 디지털 입자의 느낌이 다르기도 하구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바다’ 시리즈에서처럼…
사실 ‘바다’ 시리즈이지만, 이 작업은 사막에서 제작된 거에요.
주지의 사실이듯 필름은 상온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사막은 기온이 훨씬 높으니 필름이 녹게 되죠.
물론 그렇다고 젤라틴이 녹아 흘러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고온으로 인해 필름의 특성 곡선이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색이 틀어져 버리고, 실제와는 또 다른 색이 연출되는 것이죠.
물론 작업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로도 담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통해 색을 맞출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필름이 녹아서 색이 바뀌는 것도 작업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결과라는 것도 과정의 일부일 뿐이겠지요.
따라서 이런 우연의 효과도 그저 행위의 흔적으로 남겨둡니다.
또, 결과적으로 작품에 회화적인 느낌이 가미되는 게 더 좋더라고요. ㅎㅎㅎ…

View of Work ; Sea #1_Gobi
Desert
Q.
소장하고 계신 개인 카메라는 없고 작업의 특성에 맞게 때마다 대여하여 사용하신다고 하시던데,
그럼 지금은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고 계신가요?
학창 시절에는 필름 카메라 'Canon EOS 5'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그 기종이 최고 인기 모델 중 하나였으며,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모델이었죠.
그 후로는 작업의 특성상 '4x5 필름 카메라'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고 있고,
작업 과정과 전시 전경을 기록할 목적으로 'Canon EOS 5D Mark II'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동영상 기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동영상 기능을 탑재한 다른 몇 종의 카메라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으로서 많은 제자들과 함께 하고 계신데요.
사진의 꿈을
가진 제자들 또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굳이 한마디만 한다면, 고민의 양과 작업의 질은
비례한다는 것!
많이 고민할수록 좋은 작업이 나온답니다.

Myoung Ho Lee, <Near Scape #1>,
Ink on Paper, (H)155x(W)130mm, 2010
Q.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여러 가지 일정이 있는데, 연말에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798 포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입니다.
지금은 그 전시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고요.
그 밖에 ‘두바이 프로젝트’, ‘사쿠라 프로젝트’ 등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인전도 예정돼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와 전시 등을 선보일 겁니다.

View of Work ; Sea #1_Gobi
Desert
Q. 작가님께 '사진'이란?
사진(은) '환기'(가 아닐까 합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같이 느끼고 (고민해야 할) 문제를 들(추고) 다시 보게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제게 사진은 (환기를 위한 도구)입니다.
앞으로도 사진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에필로그
늘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작업을 한다는 이명호
작가.
어쩌면 그는 이미 자신만의 해답을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사진을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이죠.
그가 해답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견고한 믿음 때문입니다.
이명호
사진작가에게 어울리는 말, Belief is Magic.
그 마법이 500년, 1000년 동안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