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워낙 힘든 일정을 소화한 관계로 오늘은 늦잠을 잘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확인해 보니 6시... 첨엔 9시인데 시계를 거꾸로 본 줄 알았다.

'췟.. 오늘은 맘 먹고 늦잠 좀 자려고 했더니...' 지금 나서 봤자 길거리에 사람도 없단 말이다...ㅡㅡ

밤 새 식은 땀을 좀 흘렸던지 등이 축축하다. '아~ 나도 이제 늙나 보다...ㅡㅡ;;'

이 다음에 대머리 할아버지가 되서도 카메라 메고 운동화가 닳도록 걸어다니며 여행하는게 꿈인데..

그 땐 발거음은 좀 늦더라도 입가의 미소만은 그대로 유지할 자신이 있는데... 벌써 부터 이래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쳇 그 까짓 꿈.. 난 지금 이미 여행 중 아닌가.'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으니 다시 혼자만의 투어를 나서 보기로 한다.

어차피 자유여행.. 순간순간 지도를 살피며 즉흥적으로 동선을 결정하고 또 수정하고...
혼자이니 누군가에게 의사를 물을 필요도 없고 그저 자유스러울 뿐이다.

'아~ 좋다...!!'

지난 밤 찾아든 숙소는 세나도 광장에서 걸어 약 10분 거리에 있는 'SanVa 호텔'
단지 저렴한 숙박비 때문에 결정한 곳이지만 시설에 비하면 내가 이미 지불한 비용이 비싸게 느껴질 뿐이다.

오늘은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페리 선착장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출발..

저 택시를 잡아타면 페리가지 금세 도착하겠지?

일요일 오전 7시 5분..

휴일인데다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쯤 집에서 영화채널에서 보여 주는 영화를 보고 있었을 텐데.. 우리 로하랑 마눌님은 잘 있겠지?

'리스보아 호텔'에 도착했다. 독특한 외관 덕분에 마카오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건물인데
지나는 길에 호텔을 둘러 보기로 하고 로비로 들어선다.

맘모스 상아면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작가의 세공솜씨를 들여다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평소 iso 800 이상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고감도 저 노이즈'는 최신 기종이 깡패라 하지 않던가.

다소 조명이 어두운 리스보아 호텔 로비에서는 70D를 믿어 보기로 하고 모두 iso 1600으로 촬영했다.
(리사이즈해 놓으니 훌륭한데...? 앞으로도 애용해야겠다.)

따져보면 마카오에 도착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한 이삼일은 여행한 기분이다. 열심히 걸어 다닌 보람이 있다.

여행 중엔 그 나라의 모든 교통 수단을 경험하는 편이다. 기차건 버스건 가리지 않는데 택시는 좀 꺼리는 편이다.

목적지만 밝히면 되는 편리함이 자유 여행자로서의 자존심에 반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홍콩에서의 본격적인 투어를 앞두고 체력 비축을 위해 과감하게 택시를 불러 세웠다.

1시간 가량의 항해 끝에 도착한 구룡선착장..
터미널 출입구를 나서니 매케니즈로 대변되는 마카오의 고풍스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사실 번화한 거리를 걷는 것은 왠지 모르게 건조하게 느껴서 그다지 즐거움을 못 느끼는 편인데 홍콩의 거리는 신, 구가 잘 어루어졌달까?
번쩐번쩍 화려한 빌딩에 둘러 쌓여 걷다보면 어느세 자그마한 상가라 밀집된 거리를 만나거나 재래시장 안을 걷기도 하고
또 잠깐 사이 화려한 간판으로 가득찬 대로변을 걷기도 한다.

순간순간 뒤 바뀌는 거리의 분위기가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도심속의 신선함일 것이다.
그 뿐인가 옛 노랫말 처럼 홍콩은 밤거리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곳이니 밤이 되면 또 한 번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 거리~~♬♪'

홍콩의 시작은 어디가 좋을까? 일단 침사추이역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으며 생각해 보자.

절대미남자 3일째 잘 걷고 있음...

침사추이역으로 걷던 중 발견한 '비첸향' 마눌님이 비첸향 육포 엄청 좋아하는데... 마눌님 생각나네...

그러고 보니 마눌님이 올 때 육포 사오랬는데.. 통관에서 걸리면 어째...ㅡㅡ

"마눌님..! 그냥 11월달에 오거든 그때 드세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르카프 행사장...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인형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보던걸 실물로 보니 신기하다.
언젠간 3D 프린터로 왠만한 물건은 집에서 만들어 쓰겠지?

지난 번 홍콩에 왔을 때 스타페리를 탔던 일이 떠올라 발길을 다시 스타페리 선착장 쪽으로 돌렸다.

홍콩에는 이층버스, 트램, 지하철, 택시, 페리등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있는데
이들을 두루두루 경험해 보는 것도 홍콩여행의 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