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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그리고 올드 하바나 골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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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쿠바를 걷다, 담다, 사랑하다
-제1편 쿠바 그리고 올드 하바나 골목 여행-
여행작가 김춘애
헤밍웨이의 칵테일, 체 게바라를 가슴에 묻은 나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찬찬, 온몸을 흔드는 정열의 살사, 달콤 쌉싸름한 럼, 공산주의 국가 그리고 말레콘의 싱그러운 파도. 이렇게나 많은 수식어를 가진 나라가 있다. 꿈처럼 ‘그곳을 언젠가 가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쿠바다. 하루는 꼬박 비행기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 상상 이상으로 자유롭고 상상 이상으로 친근하며 상상 이상의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그곳, 쿠바다. 태양이 뜨겁던 그 여름의 쿠바는 고향처럼 포근했고 친구처럼 따뜻했고 꿈처럼 달콤했다.
먼 나라 그러나 가까운 듯 느껴지는 곳, 쿠바
쿠바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1492년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한 후 그때부터 기록된 역사는 고작 500년이 조금 넘었다. 미국의 플로리다 바로 아래 물고기 모양 혹은 악어 모양을 한 섬나라로 1년 내내 뜨겁다. 비가 많은 4월 ~ 10월은 습하고 뜨겁지만 11월부터는 맑은 날씨로 여행자들로 넘친다. 올드 하바나의 골목골목은 연신 살사 음악이 끊이질 않고 흥이 많은 쿠바인들은 밤새 음악을 틀고 춤을 춘다. 녹녹하지 않은 삶에 힘들지만 그들은 아직 잘 견디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쿠바는 또 한번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곧 그 혼란을 잘 견디고 그들의 모습을 다시 찾아가기를 조용히 응원한다.
170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옛 스페인총독의 관저였다. 지금은 시립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쿠바는 1959년 혁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1492년 탐험가 콜롬버스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쿠바는 1898년까지는 스페인의 식민지, 1902에서야 미국의 군정에서 벗어난다. 그리곤 미국의 휴양지처럼 변해버린다. 혁명은 그 안에서 일어났던 많은 부정부패와 미국의 등을 업은 꼭두각시 정부에 멀미를 느낀 결과였다. 피델 카스트로, 라울 카스트로, 까밀로 시엔푸에고스 그리고 만인의 연인이자 젊은이의 우상 체 게바라가 주축이 되어 공산주의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미국과의 대립을 겪으며 전쟁위기와 금수조치(엠바고) 등 우여곡절 많은 60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우리는 그들을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인 ‘낭만의 쿠바’라 부른다.
시간이 멈춘 도시 하바나, 올드 하바나 골목 여행
말레콘을 시원스레 달리는 1950년대의 포드 자동차는 흔하디 흔한 쿠바의 그냥 그런 자동차다. 100년이 넘은 아파트는 그냥 그런 쿠바의 아파트일 뿐이다. 우리에겐 입이 떡 벌어지는 신기한 것들 것 그들에겐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쿠바의 시간은 왜 그렇게 오래전 그 무렵에서 멈춘 것일까. 쿠바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올드 하바나의 명물, 자전거 택시운전자가 카메라를 향해 두 팔을 벌린다
야채가 풍부하지 않은 쿠바지만 제철 야채는 골목 노점상에서 살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하바나의 볼거리는 단연 올드 하바나다. 올드 하바나는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처럼 사진이 된다는 바로 그곳이다. 대성당 광장을 중심으로 아르마스 광장 그리고 비에하 광장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하루 종일 걸어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다양한 건축양식의 건물들, 수준 높은 거리의 악사들, 타고난 춤 꾼들과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듯 오랜 물건들. 약간은 엉성한 박물관, 약간은 부족한 서비스. 그러나 그런 아날로그 쿠바를 사랑한다. 아니 그것이 우리가 쿠바를 가는 이유가 아닐까. 올드 하바나는 천천히 걸으면 된다. 목이 타면 노천카페에 앉아 모히또 한 잔을 마시고 귀찮을 만큼 친근한 쿠바인들에겐 미소 한 번 지어주자. 쿠바 여행을 그렇게 쉬엄쉬엄하는 게 최고다.
라이브 연주에 시원한 칵테일이 어우러져 여행자는 마냥 행복한 올드 하바나
직업이 가수인 아저씨의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골목을 가득 메운다
낡은 건물에 민망하게 붙은 작은 문은 건물의 입구인지 분간조차 힘들었다. 할아버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때문인지 혼자 기타를 들고 그 좁은 문을 꽉 채우고 앉아 있었다. 눈물이 맺힌 듯 웃음을 머금은 지 그 눈을 그냥 외면할 수 없어 나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 쿠바의 대부분은 말 한마디 시키면 100마디의 답변을 해야 할 정도로 친근하다. 여행이 길어지면 그 친근감이 귀찮아질 정도로. 남한에서 왔다는 나의 대답에 방으로 들어가더니 작은 태극기 깃발을 들고 아이처럼 흔들어 보이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관타나메라와 나를 위한 에스페시알 세레나데가 거리에 퍼졌다. 하루 종일 앉아 같이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작별 인사를 고하는 것은 마치 10년 지기 친구와의 이별만큼 힘들다. 이것이 쿠바다. 그들은 왜 이토록 사람이 좋은 걸까?
올드 하바나 골목의 조용한 아침 풍경
올드 하바나의 분주한 아침 거리
하바나 여행 Tip
대성당 광장의 아름다운 건축 중 하나인 산 크리스토발 대성당
올드 하바나에서 뺄 수 없는 여행의 시작점이다. 그중에서도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대성당은 170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남미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손꼽히는 아름다운 건물 중 하다. 웅장함이나 신비로움은 없지만 아담하고 부드럽고 우아함이 흠씬 풍겨난다. 성당은 무료입장이며 1CUC 를 내고 우측 종탑에 오르면 하바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광장 주변에는 170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사방 외곽을 둘러싸고 있고 박물관에서는 200년 전 그들의 건축과 생활상을 볼 수 있다.
대성당 광장의 주변 골목, 우측 하얀 아름다운 건물이 대성당이다
[아르마스 광장]
아르마스 광장의 시립박물관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성당 광장에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아르마스 광장과 맞닿는다. 하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으로 큰 나무들이 무성한 공원 주변으로는 야외 헌 책방과 아기자기 오래된 소품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장난감 같은 카메라며 우표, 동전 그리고 다양한 오래된 물건들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모두 담아 오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하다. 광장 주변에는 박물관, 처음으로 미사를 올렸던 사원 엘 템플레테(현재는 공사 중)가 있다.
아르마스 광장의 책방. 헌책부터 새책, 사진집 그리고 전기 등 다양한 책이 있다
아르마스 광장의 벼룩시장. 없는 것이 없다. 카메라에 자꾸만 눈이 간다
[비에하 광장]
비에하 광장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 곳이다.
한낮에 맥주 한 잔과 함께 듣는 살사 라이브 음악, 생각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비에하 광장은 여행자의 여유를 맘껏 누리기에 좋다. 태양이 뜨거운 쿠바의 한낮을 시원한 맥주 혹은 쓴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늘에 앉아 있으면 음악이 내 귀를 간지런다. 2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마냥 내 주위를 둘러싼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축들은 내가 지금 가장 행복한 여행자 임을 알려준다. 광장에는 커피 맛있기로 소문난 집 카페 에스코리알과 생맥주 맛있는 팩토리아 플라사 비에하가 있다. 광장의 입구의 까마라 오스쿠라는 전망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하바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비에하 광장은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초등학교도 있다(건물 가운데가 초등학교임)
비에하 광장에서 유럽인들에게 커피 맛 집으로 소문 난 카페 에스코리알(우측의 노천 카페)
비에하 광장의 밤은 축제다. 맥주, 칵테일 그리고 라이브 연주가 어울러진다
[쿠바 가는 방법]
-가는 방법 : 미국, 멕시코 그리고 카나다를 경유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그중 카나다(토론토) 경유가 가장 일반적이다. 아직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미국-쿠바 구간 항공이 없다(예상 경비 : 180 ~ 200만원). 2016년 3월부터 카나다 경유 시 eTA(전자여행허가서) 를 발급받도록 규정이 바뀌었다.(소요비용 7CAD)
-비자 : 비자 없이 여행자 카드 구입으로(소요비용 약 $25)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며 현지에서 연장 시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다. 매 3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비용은 매회 $25 또는 25CUC다.
모로요새에서 바라 본 하바나의 노을지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