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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뮤지션들 그리고 그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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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쿠바를 걷다, 담다, 사랑하다
-제 4편_쿠바의 뮤지션들 그리고 그들의 춤-
여행작가 김춘애
영화 ‘리빙 하바나’에서 앤디 가르시아는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아뚜로 산도발 Arturo Sandoval 을 연기한다. 가슴을 절절하게 파고드는 애절한 트럼펫 소리가 쿠바의 야구장을 울리는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미국에서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뚜로 산도발은 그래미 상을 여러 번 수상한 연주자로 대표적인 쿠바 망명 음악인 중 하나다. 영화 ‘리빙 하바나’는 바로 그의 인생을 담은 영화다. 그는 혁명 이후 틀에 갇힌 음악을 떠나 재즈라는 새로운 쟝르를 연주하고 싶었지만 재즈가 미국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조국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쿠바에서는 재즈 연주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로스 반 반과 같은 인기를 위해 열악하지만 꾸준히 그들의 음악을 찾아가고 있는 거리의 혹은 무명의 쿠반 뮤지션들. 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하바나 거리의 뮤지션들
올드 하바나 그중에서도 오비스뽀 거리는 관광의 중심지다. 골목 가득한 관광객들 사이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음악, 라이브 살사 음악이다.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밴드들은 제각기 소속된 레스토랑과 바에서 음악을 연주한다. 간혹 살사 댄스를 겸하는 곳도 있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흠뻑 쿠바 여행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쿠바를 대표하는 거리의 뮤지션, 로스 맘비세스
로스 맘비세스의 보컬 알베르토
로스 맘비세스(Los Mambises)는 할아버지들과 홍일점 할머니로 구성된 하바나 거리의 대표 거리 밴드다. 대성당 광장에서 연주하던 그들은 몇 해 전부터 오비스뽀 거리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 옆으로 장소를 옮겼다. 보컬 겸 봉고를 치는 알베르또 할아버지를 주축으로 홍일점 할머니는 CD를 판매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기타를 연주한다. 혁명 전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며 반가워하시던 백발의 할아버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모두 바뀌었다. 세월이 그들을 데려갔다. 그래도 아직 그들은 하바나의 대표 거리 악사들이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들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여행자들에게 추억을 안겨 준 그들의 음악이 오래오래 하바나 거리에 남길 바래본다.
산티아고 데 쿠바, 룸바 그리고 꼼바이 세군도
쿠바의 문화는 다양한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다. 원주민들과 유럽의 정복자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노예들과 중국, 한국에서 건너간 아시안까지. 500년 동안 그들은 섞이고 하나가 되어 지금의 쿠바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사탕수수 산업의 발달로 아프리카에서 온 아프리칸 흑인 노예들의 삶은 고달픔 그 자체였다. 그들이 만든 럼과 설탕이 쿠바의 경제를 일으켰지만 그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 했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했던 위로는 춤과 노래 그리고 럼. 아프리칸 리듬이 쿠바에서 만들어져 그들의 춤은 룸바로, 음악은 살사로 태어났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거리 뮤지션들
슬픈 그들의 한을 웃으면서 표현하는 그들 특유의 낙천적임 그리고 깨알처럼 녹아있는 섹시함. 룸바를 보고 있으면 그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쿠바 어디에서든 룸바와 살사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곳은 최남단 쿠바 제2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다. 아직 가장 쿠바스러움이 많이 남았다는 그곳에서는 그들의 춤과 음악을 느낄 수 있다. 낡은 신발 때로는 맨발로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열정에 잠시 넋을 놓고 말았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룸바 공연에서 타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산티아고 데 쿠바의 거리 뮤지션들
산티아고 데 쿠바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꼼바이 세군도의 고향이기도 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멤버이자 쿠바 음악의 아버지인 그는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해안 마을에서 태어났다. 2003년 생을 마감한 그의 무덤은 그의 고향 산티아고 데 쿠바에 92송이의 장미와 함께 남아있다. 기타와 장미,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음악을 사랑하고 늘 사랑을 쉬지 않았던 열정 남 꼼바이, 알리아데스 오초아의 고음에 그의 매력적인 저음이 어우러졌던 찬찬을 우리는 아직 잊지 못한다.
산티아고 데 쿠바의 꼼바이 세군도 묘지, 장미와 기타가 그를 추억하게 한다.
여행 Tip
쿠바의 살사 : 올드 하바나의 거리는 살사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레스토랑에서는 밴드의 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곳이 많다. 간단한 식사나 음료와 함께 듣는 쿠바의 살사 음악은 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올드 하바나를 걷다 음악이 나오면 잠시 쉬어 가자.
올드 하바나의 레스토랑 ‘유비야 데 오로’의 라이브 밴드 공연
쿠바의 재즈 : 쿠바에는 아뚜로 산도발을 꿈꾸는 재즈 뮤지션들이 많다. 살사 음악이 오래전의 쿠바를 대표한다면 지금은 재즈다. 수준 높은 쿠바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모히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재즈 카페와 라 쏘라 이 엘 꾸에르보다. 입장료 10CUC 면 음료를 포함하여 공연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재즈 카페의 재즈 공연. 멤버 모두의 연주 솜씨는 놀라울 정도다
하바나의 재즈 카페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다,
쿠바의 룸바 : 룸바 공연은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거리상 멀다. 하바나에서는 매주 일요일 까이예 혼 데 하멜 거리에서 공연이 있다. 산티아고 데 쿠바 못지않게 멋진 공연을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매주 일요일 12:00 ~ 3:00
까이예 혼 데 하멜 거리의 룸바 공연. 비가 와도 그들의 춤과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