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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미래작가상 수상자 안종현 작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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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캐논피플에선 2011년 캐논 미래작가상을 수상하시고, 현재 갤러리 에무에서 <보통> 사진전을 개최한 안종현 작가님을 찾아가 봤습니다.
‘미래작가상’은 캐논과 박건희문화재단이 함께 후원하는 차세대 작가 프로그램인데요. 미래작가상을 통해 멘토와 함께 자신의 사진에 대한 철학을 쌓고, 이제는 성숙한 사진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안종현 작가님과 전시회 <보통>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캐논 유저들을 위한 인사와 함께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 캐논 미래작가상을 수상하였던 사진작가 안종현입니다. 현재는 space 55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보통’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이번에 개최한 <보통>은 어떤 전시회인가요?
사진전 <보통>은 이름 그대로 ‘보통’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보통은 총 5가지의 소주제가 있는데요. 그중 3개의 작업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는 단어가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이해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보통이라고 불리는 것이 누군가에겐 아닐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시대에 따라 보통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생각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보통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보통이란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작품은 ‘통로’입니다.
통로 작업은 저의 보통의 일상이 무너졌을 때 경험했던 새로운 시공간에 대한 작업입니다..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은 종로인데요. 통로 작업을 시작할 즈음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시게 됐는데, 사람이 없는 새벽 종로의 공간을 바라보며 현재라는 시간이라는 개념도 학습된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눈앞에 실존하는 대상은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어 있는 통로 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는 ‘풍경’입니다.
사진작가였던 아버지께서는 주로 풍경 사진을 많이 찍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버지와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풍경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도중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제가 사진을 시작할 수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나의 사진의 시작은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풍경이란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풍경이라는 주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실존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풍경 사진에선 적합한 기준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만든 기준의 구도와 대상이 바로 그 예입니다. 풍경이라는 단어도 인간이 자연을 배경으로 보는 시점부터 사용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결국 사람의 기준이란 것에서 저는 역으로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오로지 내 눈앞에 실존하는 자연”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여 풍경이란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주제는 ‘붉은 방’입니다.
2009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 그 공간을 방문했는데요. 그곳에서 너무 큰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이 슬픔을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진행했던 작업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일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 때문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너무 섬뜩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가진 직업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무관심이 작업을 이어가며 느낀 슬픔의 근원임을 알게 됐습니다.
작업을 통해 제가 느낀 보통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을 사진을 통해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선 영상 작업도 선보였는데요. 영상작업을 통해 이런 슬픈 공간은 돌고 돌아도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Q. 이번 전시회 사진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2011년도에 미래작가상을 받게 됐는데 그때 ‘붉은 방’ 작업으로 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붉은 방’이라는 사진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입니다. 특히 이번 사진전에서는 전시장의 어두운 공간을 통해서 작품 ‘붉은 방’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줄 수 있어 정말 기쁜데요. 전시 공간 자체가 사회의 어두운 부분과 무관심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11년도 미래작가상을 받으셨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당시 수상했던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에도 미래작가상 수상식에 갔었습니다. 다들 ‘믿을 수 없었다’,’ 같은 반응을 보이던데 저 역시도 당시엔 그랬습니다. 상을 받고 특별한 것을 이룬 줄 알았었거든요. 그런데 그 상이 점점 저를 두렵게 만들었어요. 미래작가상이 저의 한계를 마주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 내가 나를 어떻게 뛰어넘지?’ 같은 고민들이 생기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기에 미래작가상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박영미 선생님과 멘토 노순택 선생님이 저에게 큰 위로를 주셨는데요. 박영미 선생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었어요. “작가 인생은 50부터 시작이다.” 아직 작가로 가려면 더 먼 길을 가야 하는 것을 알게 됐던 순간이었죠. 그리고 멘토 노순택 선생님을 보며 ‘작가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배웠던 거죠.
미래작가상을 통해서 저는 제 한계를 마주했고, 동시에 그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멘토 분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Q. 작가님에게 ‘미래작가상’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미래작가상은 미래입니다. 미래를 약속해주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작가로 묵묵히 갈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멘토 분들을 통해 작가의 삶에 대해 직시하게 해준 상이였습니다.
Q. 젊은 작가들에게 ‘미래작가상’을 추천한다면?
미래작가상을 젊은 작가들에게 추천한다면, 작가의 삶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멘토를 만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당시에 저는 상을 받고 작가의 삶에 대해 고민했었고, 스스로의 한계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멘토 노순택 선생님을 통해 작가의 긴 인생을 묵묵히 살아 낼 수 있는 방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상의 수상 여부를 떠나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진의 기본기는 스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의 작업들을 보시면서 기본기를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브레송이 남겨놓은 수많은 스냅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금방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인생의 멘토를 만나고, 기본기를 쌓아가는 것. 이것이 사진작가로서 먼 길을 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진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cm만 잘못 서 있어도 모든 것이 틀어집니다. 나의 시선과 대상이 만났을 때 최적의 위치에 서 있는 것, 내 자리가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광학적 특성에 의하여 포맷과 렌즈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잠상의 경험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Space 55’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Space 55’를 시작하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집이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3년 동안 방치됐었습니다. 그 공간을 어머니께 부탁드려 예술공간으로 개조한 것이 space 55입니다. 현재는 토탈 미술관과 space 55 사이에서 작가 네트워크 단체인 이미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1월 <인사> 展으로 참여 작가 단체전을 시작했고, 2월부터 소속 작가들의 개인전이 지하에서 열렸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할 수 있어 작가 인생의 새로운 접점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다음 전시에 대한 기대감이 항상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몇 가지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요. 먼저 후원을 통해 <보통>이라는 작품집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작품집에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통로’, ‘풍경’, ‘붉은 방’을 포함해 ‘군’, ‘미래의 땅’까지 총 5가지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집은 전시가 끝나는 날인 8월 5일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현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Summer love’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곳에서 신작인 ‘밝은 낮’이라는 주제로 3점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밝은 낮’이라는 주제는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인 주제로 내년 정도에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작업들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안종현은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순수사진을 전공하였다. 개인전으로는《MEDIUM》bmw photo space(2017)《풍경》space55(2017) 《통로》(2015)송은 아트큐브 등에서 개최하였다. 송은아트스페이스, 고은사진미술관, 금천예술공장, 토탈미술관등에서 단체전을 하였다. 제7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올해의 작가 선정,제15회 사진비평상, 미래작가상등을 수상 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과천 / KT&G 상상마당 / 고은사진 미술관 / 박건희 문화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