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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의 모범, 브릭 사진가 이제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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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진열된 피규어 앞에서 남 몰래 이런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저 피규어가 우리 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이번 주말은 피규어 조립만 하면서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피규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런 상상을 한번쯤 해보셨을텐데요.
오늘 만나볼 이제형 작가는 누군가가 상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명 '성덕(성공한 덕후)' 또는 '덕업일치'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타워즈 속 '스톰트루퍼'와 '브릭'에 빠진 남자, 이제형 작가와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Q. 캐논 유저 분들을 위해 인사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브릭 사진가 이제형입니다.
본명보다는 지금까지 ‘장군 운전병’이라는 ID로 많이 알려져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브릭 사진가 이제형으로 기억해 주세요.
사실 제 직업은 따로 있는데 저를 직업 사진가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저는 특수교량을 주로 설계하는 토목 엔지니어이고요.
브릭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지, 3년 전에는 춘천의 브릭 랜드 진입교량을 설계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장르의 브릭 사진들을 찍고 있지만
주로 작업하는 것은 스타워즈의 말단 병사인 스톰트루퍼를 이용한 스타워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만들어서 사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브릭 사진’이라는 독특한 분야의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5년 전 인물사진을 촬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인물사진에 열중하게 되면서 조명에 많은 관심을 뒀지만,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크고 비싼 조명 값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더 큰 조명을 사용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만 한계가 느껴졌던 것이죠.
하지만, 때마침 아들과 공감대를 갖기 위해 브릭을 갖고 놀았던 게 시작점이 되었죠.
장난삼아 브릭 사진을 찍어봤는데 브릭 미니피규어들에게는 제가 가진 스트로보와 조명이 어마어마하게 큰 조명이 되더군요.
제가 원하는 대로, 배치하고 싶은 대로 조명을 배치하면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스타워즈의 인물들을 이용한 사진 작업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어 지금까지 브릭을 이용한 사진 작업을 해오게 되었습니다.
Q. 작품에 유독 ‘스톰트루퍼’가 많이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8년 동안 브릭 사진을 촬영해 오면서 가장 큰 비중을 두었던 것은 영화 스타워즈의 말단 병사인 스톰트루퍼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선 스타워즈의 40년 올드팬으로서 스타워즈의 뒷이야기들을 브릭으로 재미있게 표현하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었고요.
그중에서도 스톰트루퍼는 하루하루가 고달픈 우리들 샐러리맨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브릭으로 표현하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샐러리맨으로서 제가 겪게 되는 희로애락을 스톰트루퍼라는 캐릭터에 담아 재미있는 사진으로 만들어 온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저의 모습을 스톰트루퍼를 이용해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브릭 사진을 촬영할 때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시나요?
저는 인물을 촬영하면서 캐논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5D 카메라와 EF 135mm f2.0L 렌즈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인 인물사진들을 만들어주었고
여러 인터넷 사진동호회와 모델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브릭 사진 촬영 초기에는 EOS 5D Mark2 카메라와 EF 24-70mm f/2.8L 렌즈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EF 24-70 렌즈는 매크로(Macro) 전용 렌즈는 아니었지만, 간이 매크로 기능도 훌륭했기 때문에 충분히 브릭 사진들을 담을 수 있었는데요.
EF 24-70 렌즈는 브릭 사진은 물론, 인물사진 및 여행 사진에도 적합한 최고의 다용도 렌즈였다고 생각합니다.
브릭 사진을 본격적으로 촬영하면서부터는 EOS 5D Mark III와 EF 100mm f/2.8L Macro IS USM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현재 EOS 5D Mark III와 EOS 5D Mark IV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렌즈는 EF 100mm f/2.8L 매크로 렌즈(백마엘)를 고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전용 Macro 렌즈로서 브릭과 같이 작고 디테일 표현이 중요한 피사체에는 최적의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EF 100mm f/2.8L Macro IS USM 렌즈는 조리개를 F 35까지 조일 수 있어 매우 세밀한 부분의 디테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주변부 디테일 표현도 매우 훌륭합니다.
또한 이 렌즈는 손떨림 방지 장치인 IS(Image Stabilization)가 내장되어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나 조리개를 조여서 디테일한 사진을 촬영할 때 셔터 속도를 확보해 주므로 촬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EF 100mm f/2.8L 매크로 렌즈는 브릭사진 같은 접사촬영뿐만 아니라, 인물 촬영에도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는데요.
이 렌즈 특유의 디테일하고 섬세한 표현은 인물사진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이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은 ‘사막에서의 캠핑’이라는 사진입니다.
사진의 내용은 스타워즈의 제국군 병사들이 사막을 행군하다가 사막에서 캠핑하는 모습인데요.
삭막한 제국군의 모습이 아니라, 통기타를 튕기고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낭만적인 모습으로 그려 봤습니다.
평화로운 이미지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국의 DK 출판사에서 이 사진을 요청하여 전 세계로 출판되는 브릭 서적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전 세계 브릭인들이 보게 되는 사진이 되었죠. 지금 봐도 뿌듯한 사진입니다.
Q. 브릭 사진 덕분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난 8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 최고의 순간은 올해 5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진행되었던 ‘다시, 봄’ 사진전의 한 파트를 담당했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봄’ 사진전은 문재인 정부 1주년을 기념하여 청와대 사랑채에서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 ‘결정적 순간’이라는 파트를 담당하여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의 중요한 순간들을 12점의 브릭 사진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사진전의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릭 사진가로서 인정받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었고 잊지 못할 기억이었습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네요.
Q. 사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그저 조그마한 공간에서 소박하게 개인 사진전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런데 어느덧 6번의 개인 사진전과 수차례의 공동 사진전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사진전을 열어보게 되었으니 저의 첫 번째 목표는 정말 크게 이뤄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부터 그다음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었는데요.
사진집을 내보고 싶기도 했고, 해외 유명 갤러리에 제 사진이 걸리는 영광도 상상해 봤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진은 힘든 회사생활과 일상에 지친 저에게 위로가 되는 치유와 같은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고 즐겁기만 했거든요.
사진집이나 해외 갤러리에 제 사진이 걸리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앞으로 1년 뒤에도, 혹은 10년 뒤에도 꾸준히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그 사진으로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게 제 목표가 될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에게 브릭 사진이란?
인물사진을 촬영할 때 모델의 표정과 자세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사진 한 장에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표정과 자세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브릭 사진도 마찬가지지만 브릭의 신조는 ‘단순함(simplicity)’입니다.
브릭 미니피규어의 팔과 다리는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고 머리는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취할 수 있는 자세는 매우 제한되어 있으며, 표정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지요.
그래서 브릭 사진에서 미니피규어의 표정과 자세를 만들어 내는 일이 어려운 작업입니다.
사진 한 장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야 하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미니피규어들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야 하지요.
미니피규어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촬영 각도를 조정하거나 조명의 위치를 변경하는 등 수많은 시도 끝에 사진을 완성하게 됩니다.
어려운 과정을 사진 한 장에 담아내고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브릭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할 때 참 즐거움을 느낍니다.
저는 이 작업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사진에 담고 있고요. 앞으로도 이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브릭 사진가 이제형 작가와의 인터뷰였습니다.
사진+스타워즈+레고, 3가지의 조합이 만들어낸 덕업일치의 삶. 우물을 파려면 한 우물을 파라는 선조들의 말이 떠오릅니다.
브릭이라는 매력적인 피사체를 더 만나보고 싶은 캐논 팬분들을 위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브릭 사진 촬영팁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사진전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캐논과 이제형 작가의 콜라보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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