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세
매거진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며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정연두 작가 [Canon Masters 인터뷰]
공유하기

시각 예술과 퍼포먼스, 공연과 영화의 맥락을 넘나들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 조소과 수료, 런던대학 골드 스미스 칼리지 미술 석사를 졸업한 미술작가 정연두.
퍼포먼스가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캐논 마스터즈 정연두 작가와 함께 사진과 영상이라는 매체,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Canon Masters
정연두
스토리텔러, 미디어 아티스트
직·간접적으로 퍼포먼스가 등장하는 사진, 영상 등 미디어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작업의 소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해 사진과 공연적 연출 혹은 영화적 형태로 창출하고 있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연소 올해의 작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도쿄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다수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사진 1~3. 《MMCA현대차: 시리즈 정연두 – 백년여행기》 전시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23 (사진: 소농지) 사진 4.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사진 5. 정연두, <높은 굽을 신은 소녀>, 2018, 2채널 Full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50분 46초,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사진 6. 정연두, <키갈리, 밤 속으로>, 2016, 단채널 Full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분 46초,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안녕하세요, 정연두입니다. 복합 매체 작업으로 이질적인 문화 환경 속 상황들을 접합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을 연결하거나 다큐멘터리와 픽션, 개인과 사회를 접속시키고,
시·음악·연극의 언어를 경유하면서 현실을 다시 바라보는 역설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요.
예술은 나와 가장 무관해 보이는 먼 것들을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나와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 나와 거리가 있는 일들, 그리고 익숙지 않은 사물들을 날실과 씨실로 짜고 이어서 하나의 창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을 구현함에 있어서 사물을 바라보는 거울로써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가장 현실과 닮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매체입니다.

정연두, <고전과 신작>, 2018, 3채널 Full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43분 43초,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제 예술 세계에서 일상과 사람은 매우 중요한 소재인데요, 카메라는 이를 잡아내기에 아주 적절한 매체입니다.
가장 현실을 닮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기록이라고 합니다.
AI나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가질 수 없는 우직함, 그 우직함을 통해 이 기록의 매체는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영상 스틸. 작가 소장.
현실에서부터 조금 더 만들어진, 조금 더 이상화된 풍경을 만들기에는 AI가 훨씬 쉽겠죠. 반대로 기록은 현실을 얼마나 더 정확하게 잡아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광학을 통해 이미지를 잡아내야 하는데요.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대상을 달리 바라보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작업실에 앉아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는 꼭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죠.

-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진, 영상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진과 영상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 대단히 친근한 매체입니다.
우리는 전시장에 걸린 회화 작품을 보고 몇 호짜리 붓을 사용했는지, 어떤 유화 물감을 사용했는지 궁금해하며 작품을 보지 않죠.
그런데 사진과 영상을 볼 땐 어떤 카메라를 썼는지, 왜 이런 렌즈를 썼는지는 궁금해합니다.

이는 아무래도 창작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특유의 친근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생활 속에서 사진,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그래서 그 고정관념을 꿰뚫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경험적 매체인 셈이죠.
특히 영상은 점점 예술 매체 중 관객에게 가장 친숙한 매체가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서사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방식입니다.
시각과 청각적 운율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뒤틀고, 그 위에 여러 층의 의미를 쌓아갈 수 있는 밀도 높은 매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일정 시간을 들여 관객이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시간을 토대로 구성된 예술의 방식이라, 전시장에서 관객에게 많은 점을 요구하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사진과 영상이 친숙한 매체인 것과는 별개로 요즘 세대에게 전시장은 다소 낯설고 특이한 공간이에요.
사진도 주로 디스플레이로만 보고, 영화관보다는 넷플릭스가 익숙한 그들의 맥락에서 벗어난 장소, 굉장히 다른 루틴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거든요.

정연두, <백년여행기>, 《MMCA현대차: 시리즈 정연두 – 백년여행기》 전시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23 (사진: 소농지)
평소에 SNS를 통해 엄청난 양의 이미지와 영상을 스르륵- 넘기면서 보는 그들에게 이런 낯선 공간에서 집중을 강요한다는 건 정말 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거죠.
- 또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널리 알려진 영화의 한 장면을 다시 사진 카메라로 구현해내는 작품인 <B-Camera> 시리즈를 작업했어요.

<B-Camera – Tokyo Story> 촬영 현장 스케치, 2013 ⓒ정연두 스튜디오 제공
영화에서 감독은 하나의 중심이 되는 명장면을 만들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특히 중심이 되는 A 카메라뿐만 아니라 혹시 몰라 다른 각도의 B 카메라를 준비하는데요.
대부분 A컷으로 이루어진 영화에서 사람들은 B 카메라의 시선을 볼 수 없죠.
이처럼 유명한 장면의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은 그 장면이 영화 속에서 암시하는 특정 장면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함축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제2의 카메라 시선에 주목했습니다.


<B-Camera – Tokyo Story> 촬영 현장 스케치, 2013 ⓒ정연두 스튜디오 제공
실제 사용한 앵글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왠지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현실 요소들을 끌고 들어와서 찍을 수 있다는 점이 상상력을 자극해요.
그래서 <B-Camera>라고 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중 ‘Tokyo Story’는 2차 세계대전 일본의 패망 후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가족’의 한 장면을 구현했습니다.


영화 <Tokyo Story>스틸 컷, 1953. (감독: 오즈 야스지로)
오즈 감독은 흑백 화면 위에 근경-중경-원경의 중첩된 구조 속 흥미로운 배우의 동선과 배치를 통해 화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중첩된 화면의 구성을 재현해봤어요.


정연두, <B-Camera – Tokyo Story>,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전시 전경, 리움 미술관, 2013.
- 어떤 카메라로 영상 작업하고 계신가요?


정연두, <백년여행기>, 《MMCA현대차: 시리즈 정연두 – 백년여행기》 전시전경, 국립현대미술관, 2023 (사진: 소농지)
지난 2023년 9월부터 6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4채널 영상작품 <백년 여행기>를 전시했는데요.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국-일본-멕시코 3개국에서 캐논 시네마 카메라 EOS C70으로 촬영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지난 2년간 준비해 온 <백년 여행기> 촬영은 짧은 해외여행 기간 중 놓치면 안 되는 장면을 담아내야 하는 작품 특성상 여러 제약이 있었습니다.
제가 녹음도 하고, 조명도 들고, 카메라도 들어야 하는 데다가 하루에 몇 번씩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등 환경의 제약으로 지나치게 무거운 장비는 선택지에서 뺐어요.


정연두, <백년 여행기>, 2023, 비디오 설치, 4채널 HD 디지털 비디오, 컬러, 사운드, 혼합매체, 48분, 가변크기, 영상 스틸. 작가 소장.
그렇다고 화질과 색상을 중요시하는 제 작품 특성상 아무렇게나 가벼이 촬영할 수는 없었죠.
그런 의미에서 캐논 시네마 카메라 EOS C70은 가벼우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항상 어김없이 만들어줘서 저에게 무척 훌륭한 카메라였습니다.
혼자서도 다룰 수 있는 영상 카메라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허용도도, 색감도 좋았고요.

캐논은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갖춘 브랜드라서 좋아요.
다루기 쉽고 접근하기 용이한 만듦새는 물론, 결과물 이미지의 품질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한데요.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영화 산업이나 방송 산업처럼 큰 예산과 기업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항상 열어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이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전문 촬영팀이 만들어낸 결과와 1인 다역의 촬영자가 만들어낸 결과가 같은 플랫폼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왔죠.
그래서 앞으로도 카메라는 사진, 영상 예술에 있어 그동안 캐논이 그래온 것처럼 대중화와 전문성 그 어느 쪽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예술가는 오랜 시간 과정과 결과를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연두, <소음사중주>, 2019, 4채널 Full HD 비디오, 컬러, 4채널 사운드, 29분 12초, 영상 스틸. 작가 소장.
저는 촬영과 편집, 색 보정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실험과 가능성을 적용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빨리 읽어내고 빨리 흩어보고 빨리 잊어버리는 요즘의 매체 사용 방식 속에서, 마치 하나의 드로잉 북 위에 정성스레 한 줄 한 줄 그어가며 그린 그림이 더 의미가 있듯,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찍어가는 이미지의 속도를 저는 사랑합니다.


정연두, <Location #7>, 2006, C-print, 41 x 60 cm. 작가 소장.
즉각적으로 찾고 반응하는 일차적 기록도 중요하지만 저에게 있어 약간의 수고와 기다림이 동반되는 매체는 항상 또 다른 이미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 사진 작가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언제 어디서나 ‘생각의 도구’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과정이 지난할수록 생각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거울입니다.
저 역시 캐논 카메라와 함께 상상의 넓이를 넓혀 가고 싶습니다.


EOS C70
정연두 작가가 사용한 캐논의 RF마운트 시네마 카메라 EOS C70. 이미지를 누르면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캐논코리아는 10년째 국내 사진, 영상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선정해 그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제품과 기술,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캐논 마스터즈(Canon Master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논 마스터즈는 캐논의 대표 유저이자 오피니언 리더로서 제품 관련 의견을 제공하고,
캐논 제품을 활용해 다양한 사진 및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캐논과 함께하는 Canon Masters를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