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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피플] 촬영하는 대상의 진실됨을 드러내고자 하는 인물 사진작가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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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각종 매체에서 소개가 되셨어요. 그때마다 ‘매력 있다’ 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데요. 자신 있게 자신의 매력을 이야기 한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웃음).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사람 김태은 입니다. 첫 질문이 자신의 매력을 묻는 것이라 조금 놀랐어요. 저도 어떤 것이 제 매력일지 궁금한데요? 음… 제 생각에는 자유롭게 지내려는 저의 모습이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 rule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자 지내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자유롭고 당당하고자 하는 것? (웃음)
Canon. 주로 어떠한 사진을 많이 촬영하시나요?
아무래도 인물을 많이 접하게 되는 패션사진을 주로 촬영을 해요. 이 외에 개인적으로 Landscape 사진도 많이 촬영을 하죠. 업무로서나 개인 작업으로서도 경계를 짓지 않고 다양한 촬영을 하고자 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패션과 Landscape사진을 상당히 좋아하고 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촬영을 하죠.
Canon. 예전에 성악을 공부하셨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사진은 언제 공부하시게 됐는지요?
26살 때였죠. 저는 사진을 오래 한편이 아니에요. 제 친구 포토그래퍼들 보다 다소 사진공부를 늦게 시작했어요. 아시다시피 저의 첫 전공은 성악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음악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도중 학업을 중단했지요.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던 중, 우연찮게 ‘안성진’ 실장님을(포토그래퍼) 만나 뵙게 되었어요. 그렇게 사진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죠.
실장님의 어시스던트로 일을 하면서 사진을 조금씩 배워나갔어요.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사진을 공부했었죠. 중학생 때부터 성악을 긴 시간 공부했기 때문에 진로를 바꿀 때에는 용기가 필요했었어요. 당시에 성악은 저와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어요.
Canon. 사진을 하시면서 어떠한 부분이 성장하고 달라지던지요?
처음 데뷔를 했을 때가 기억나요. 남들보다 경력이 짧은 상황에서 데뷔를 하게 되었었어요. 예를 들자면 고등학생 때부터 준비해서 대학에 진학, 졸업 후에도 어시스던트 생활을 거쳐 데뷔를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요. 저는 4년 만에 데뷔를 한 셈이죠. 당시에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한국 포토그래퍼가 없었거든요. 잡지사에서 컬렉션 업무 차, 이탈리아에 왔다가도 간단한 촬영이 필요하면 제가 촬영을 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게 된 것이죠. 당시에 기자 분들이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자유롭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제가 일반적인 코스를 거쳐 사진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의 ‘김태은’이라는 사람은 없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려왔고 음악공부도 하고, 이탈리아에 가서 혼자 고생도 해보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겪었던 저의 인생사가 현재 저를 든든하게 설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고 사진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지난 경험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Canon. 여성 패션 포토그래퍼, 그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감각이라는 부분을 이용하여 일을 하는 업무라면 더욱 그럴 것 같은데요. 카메라를 잡은 이 후 가장 어려웠던 시간을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이탈리아에서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때가 생각나요. 경제적으로도 부모님께서도 어려워지셨고 저의 비자문제도 있었죠. 학교에서 첫 번째 코스를 마치고 두 번째 코스를 진행 중에 일어난 상황이라 정말 마음이 무거웠어요. 당시에 정말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죠.
경제적으로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상황에 감사하게도 패션잡지 ‘바자’에서 배우 장동건씨의 화보를 위해 연락이 왔었는데요. 당시에 장동건씨는 ‘태극기 휘날리며’ 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촬영을 마치고 여행도 할 겸 이탈리아에 왔었어요. 잡지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저에게 연락을 한 것이죠. 참 절묘한 타이밍이었어요. 또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장동건씨의 이동 일정 동안 통역까지 도맡게 되었죠.
10일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했는데, 하루도 빠짐 없이 계속 촬영을 했었어요(웃음). 사실 10일 일정이라면 그 일정 중 일부만 촬영을 진행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유시간을 갖도록 하거든요. 당시 저는 해외 로케이션 구조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니까 10일 내내 사진을 많이 촬영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일정 동안 밀착 취재를 하게 됐죠(웃음). 24시간 동안 붙어 다니면서 촬영을 하게 된 셈인데,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 같아요.
당시에는 어렸고 더 용감하게 행동했죠. 장동건씨께 정말 감사해요. 피곤한 내색 전혀 안하고 정말 신사적으로 촬영에 임해 주셨어요. 이때 촬영한 사진이 큰 화제가 됐었죠. 아침에 세수하는 모습부터 피곤에 지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까지 다 담겨 있었으니까요. 카메라를 잡고 정말 어려웠던 시간이 오히려 큰 행운이 되었어요. 참 감사하죠.
Canon. 처음 사진을 시작하던 때를 기억하시죠? 언제,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셨는지요? 사진과의 첫 만남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흑백필름을 가지고 학교운동장에 가서 콘트라스트 테스트 촬영 한 것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림자 있는 곳과 없는 곳, 땅과 풀이 있는 곳, 하늘 등을 촬영하고 암실에서 밀착인화를 했어요. 어두운 암실에서 약품에 잠긴 인화지에 사진이 슬슬 나타날 때 기억나죠.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고 할까요(웃음). 필름으로 사진을 시작하신 분이라면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셨을 거라 생각해요. 잊을 수 없는 그 첫 대면을요(웃음).
Canon. 패션이라는 분야, 그리고 사진작가라는 분야는 정말 매력적이고 근사한 분야입니다. 많은 분들이 작가님과 같이 성장하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 그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많이 촬영해야 해요. 무조건, 무조건 많이 촬영해야 해요(웃음). 너무 심플한 대답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저 멀리 자신이 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 곳을 바라보면서 우로 가던지 좌로 가던지 조금 뒤로 돌아서 가던지 계속 전진해야 해요. 바라보는 그곳이 목적지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해요. 목적지를 정확하게 정하면 기차로 가던 걸어가던 버스로 가던지, 스스로가 가야 하는 곳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Canon. 작가님을 뭉클하게 했던 사진이 있다면 어떤 사진인가요? 어떤 작업이며어떠한 상황에서 사진을 마주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공부를 할 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당시 Fine art 실기 수업에는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이 됐어요. 하나의 주제를 던져주면 각자 해당 주제를 풀어가는 것이었어요. 제일 첫 과제가 ‘나의 하루’였어요. 아침부터 저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이었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모카치노 한잔을 마시는 것부터 샤워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등을 촬영했죠.
당시 촬영한 사진을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크리틱(critic)을 하셨어요. 교장선생님은 유명하신 평론가였어요. 제 사진을 보시자마자 너무 외로워 하는 것이 보인다고 하셨죠. 멀리 타지에서 혼자 지내며 살아가는 저의 일상 속의 감정을 누군가가 사진을 통해 읽어낸다는 것이 너무 신기 했어요. 교장선생님은 정말 냉철한 피드백을 하시는 분이셨는데 제 사진을 보시고 ‘네 감정이 잘 느껴져서 정말 좋다. 네가 여기까지 와서 참 외롭구나’ 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자신의 감정을 사진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라는 사실, 그 감정을 누군가가 느낄 수 있다라는 사실에 큰 용기를 얻었어요. 저는 노래하던 사람이었잖아요. 노래에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노래를 배울 때 ‘태은아 넌 노래를 잘하는데 감정이 없어!’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노래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몰랐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에는 ‘여지 것 돌아서 여기로 온 것이구나 바로 이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교장선생님의 크리틱 시간, 그 때 마주했던 시리즈 작업. 잊을 수 없죠.
또 다른 사진은 바로 배우 원빈과 함께 촬영한 작업이었어요. 해당 작업을 진행 할 때 심적으로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어요. 답답한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배우 원빈씨를 맞이하게 되었죠. 원빈씨도 저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던지 혹은 비슷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는지 서로가 상당히 잘 통했어요. 교감할 수 있었죠.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면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서 모델을 통해 제 자신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서로의 호흡이 잘 맞아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감동적이었어요. 해당 사진작업은 정말 좋았죠(웃음).
Canon. 실장님의 무한도전 특집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개그맨 박명수 씨를 촬영하셨을 때 어떠한 부분을 부각 시키고자 하셨나요?
음, 박명수 아저씨(웃음)? 희극인 인데 웃기는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 깊이 있는 희극인 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시 누가 봐도 진실함이 느껴지는 사람이거든요. 촬영 당일에 개그맨 박명수씨께서 말씀하신 것이 있어요.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는 것이죠. 평상시에는 항상 재미있고 재치 만점이신 분이 갑자기 진지하게 이런 사람이고 싶다라는 말을 하시니 제 마음이 뭉클해졌었죠. 박명수씨께서 말씀하셨던 바로 그 부분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Canon. 주로 인물사진을 촬영하실 때, 어떠한 부분을 고려하여 촬영하시나요? 촬영을 진행 하실 때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은 어떠한 부분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물을 촬영할 때 모델의, 촬영하는 대상의 진실을 많이 끌어내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아까 말씀 드렸던 교감, 서로가 교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요. 이 교감이 잘 되지 않는 다면 촬영이 쉽지 않죠. 모델과 만나자마자 빨리 촬영을 하고 보내드려야 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충분히 서로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연륜이 쌓여 촬영 전에 저와 잘 교감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완전히 그 사람의 진실된 내면을 끌어 내고자 하는 것 혹은 촬영하는 모델을 통해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하죠. 모델이든 배우든 만들어진 배역에 따라 촬영을 하기도 하니까요. 말씀 드린 다른 두 가지를 상황에 따라 맞추어 촬영을 해요.
Canon. 사용하시는 카메라와 렌즈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물 촬영에 주로 사용하시는 렌즈는 어떤 렌즈인가요?
현재 EOS 5D mark2를 사용해요. 최근에 바꾸었는데 정말 좋은 카메라에요. 그 전에는 5D를 사용했었어요. 인물 촬영할 때의 렌즈는 24mm-70mm L렌즈를 많이 사용해요. 그리고 100mm도 많이 사용하고요. 음… 요즘에는 70mm-200mm L렌즈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조금씩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wide한 화각을 좋아해서 16mm-35mm 광각렌즈를 많이 사용했었어요. 인물도 왜곡되게 보이게 하는 것을 좋아했었죠. 광각렌즈를 모델에게 가까지 가져가기도 하고 하이앵글로도 로우앵글로도 촬영을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소 정적인 것이 좋아요(웃음).
Canon. 감각적인 사진을 위한 노력, 체계적으로 감각을 키우기 위한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Contemporary 전시나 영화, 책을 많이 봐요. 감각을 키우기 위한 어떤 방법이 있다 라기 보다는 문화 전체적으로 관심이 많아야 하는 것 같아요. 한 곳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기보다는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앞 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저의 경험들이 지금까지 큰 힘, 도움을 주고 있어요.
Canon. 사진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면 어떠한 순간이었나요?
바로 모델과의 교감하는 순간이지요.
예를 들어, 오늘 사진을 좀 촬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죠. 그런데 맨날 걸어 다니는 거리여서 촬영할 거리가 없는 거에요. 해당 대상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이죠. 촬영할 것이 없고 촬영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나 어느 날 그 거리의 사물들이 달라져 보여서 카메라를 들게 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길거리의 나무 한 그루가 다르게 보이는 것, 그 교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Canon. 앞으로 어떤 사진작업을 하고 싶으세요? 계획한 작업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지금처럼 사진을 하고 싶어요. 사람을 만나면서 일하는 것과 제 개인 작업을 지금처럼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고 싶어요. 우리 패션분야 일들은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느 정도가 되면 일도 조금씩 줄어들기도 하거든요. 행여나 그런 시간이 찾아온다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촬영을 해보고 싶어요. 일생에 한번 있을 모든 식구가 모여 촬영하는 가족사진도 결혼사진도 촬영하고 싶어요(웃음). 아직 이러한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연륜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음… 다시 태어나도 사진을 할 거에요. 앞으로 꾸준히(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