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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피플] 사진을 통한 아름다운 '행동'과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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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상봉 입니다. 현재 혜광학교(시각장애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벌써 학교에 온지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 만큼 아이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1954년 대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척추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데 유년 시절부터 내내 놀림감의 대상이었고, 사회로 나아가는데
있어서도 큰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교단 위에 서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게 교직에 근무하며 함께하는
아이들의 깨끗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내면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담긴 사진들은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전을
통해 혜광학교 사랑스러운 제자들의 꿈과 희망을 세상에 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안녕, 하세요’ 책과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Canon. ‘안녕, 하세요!’가 책과 영화로 만들어진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전을 가지셨는데요. 사진전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전은 제자들의 꿈과 희망을 표현하기 위한 사진전입니다. 3년 동안 제자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항상 누군가에게 먼저다가 가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것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장애는 몸이 불편할 뿐이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잠상, 나 드러내기’ 사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적은 이름과 검정부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이들이 어둠으로부터 자신들의 이름을 스스로 밝혀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에 쥐어진 사물은 그들이 꿈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자신의 꿈과 희망에 대하여 소망하는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Canon.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나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저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많이 좋아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면 언제나 카메라를 인화점에서 대여하여 사진을 담곤 했어요. 친구들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 카메라를 구매하여 일반적인 사진을 많이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깊이 있는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리 내어 웃자!’
자동 셔터가 끊어지기 까지 10초, 그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웃는 모습은 내가 제일 어색하기만
하다.
-책 ‘안녕, 하세요!’ 중에서-
Canon. 특수학교 교직에 몸을 담기로 결심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시나요?
사실 저의 어렸을 적 꿈은 운동선수였습니다. 이런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랍니다. 하지만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생긴 장애로 인하여 그 꿈을 이룰 수는 없었습니다. 어릴 적 많은 놀림을 받았습니다. 당시 장애는 놀림감의
대상이었으니까요.
학교를 다니던 도중 고등학교 때 당시 야간학교를 다녔어요. 당시 낮에 탁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여학생이 탁구장에 와서 탁구를 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특수교육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장애인 학교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 교감선생님을 찾아가 교사가 되기 위한 조언을 구했고, 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에 진학 후 지금 이렇게
특수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Canon. 어떻게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함께 사진부 ‘잠상’ 만들게 되었나요?
사진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1995년 학교 특별활동으로 사진부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큼 전문적 지식이 있지는 않았어요. 특별활동이다 보니 2년 정도하다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깊이 있는 사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동호회 활동을 하며 사진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다2005년과 2006년에 학교 특별활동 부서로 두 번째 사진부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 학생들이 더 원했습니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제자 태경이의 역할이 큰 한 몫을 했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사진부를 만들자며 찾아왔습니다. 당시 분주한 탓에 조금은 가볍게 들었어요. 그런데 태경이가 글쓰기 대회에서 ‘사진은 예술이다’라는 글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사진에 대한 의중을 발표를 통해 저를 스승으로 칭했고, 저의 사진에 대한 존경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태경이의 꿈이 사진작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의 바램으로 사진부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점자는 가로 2줄과 세로 3줄의 총 6개의 점이 한 칸을 이룬다.
이 점의 위치에 따라 문자나
부호가 되고 이 점들을 조합하여 글 자를 만든다.
-책 ‘안녕, 하세요!’
중에서-
Canon. 사진에 있어 시각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또한 편견 일지도
모릅니다만 작가님의 생각은 다르실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사진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시각이 중요한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볼 수 없다고 하여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종종 “사진을 찍었지만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많이 묻고는 합니다. 너무나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답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담은 사진만 볼 수 없는 게 아닌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아무 일도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사진을 찍는 행동이 안타깝다면, 그들의 모든 행동이 안타깝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 역시도 일상을 보내며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역시 그들이 삶의 일부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카메라를 통해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앞이 보이질 않는 아이들의 사진은 일반들에게 큰 감동과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맹인 지은이의 멘토인 태경이가 촬영할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만지게 하여 인지시키고 있다.
전맹
학생에게는 눈을 대신하는 또 다른 눈이 필요하다.
-책 ‘안녕, 하세요!’
중에서-
Canon. 카메라를 조작하는데 학생들의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노출과 조리개 값
등과 같이 카메라 기능을 조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사실상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P모드를 많이 사용하도록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 볼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AV모드를 사용하도록
합니다. 전맹 학생의 경우 카메라의 기능을 조절하기에는 카메라의 기능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도 사진부 학생들이 함께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맹 학생과 앞을 볼 수 있는 학생을 함께 한 조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
학생의 눈이 되어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Canon. 사진을 찍기 위해 어떠한 것들을 가르치시나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복잡한 기계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진을 담기 위해 아이들의 사진을 담으러 가기 전에 사전에 그 곳의 풍경을 이야기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줍니다.
예를 들면 삼청동 의 풍경을 담으러 갑니다. 그럼 그 전에 그 풍경을 이야기를 통해 묘사해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사람들은 거리를 거닐고 있고, 아름다운 카페는 길목을 따라 놓여져 있다. 기와집은 골목 언덕을 따라 곧게 뻗어있다.’ 이와 같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도화지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도록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곧 아이들이 사진 프레임에 아름다운 풍경이 담길 수 있으니까요.
안개비
닿을 듯 말듯, 보일 듯 말 듯…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가서야
비로서 진실이 보입니다.
-‘안개비’ 김현정(고3)-
Canon. 현재 갤러리에 학생들 작품을 보면 학생들이 직접 적은 글들이 인상적입니다.
사진을 볼 수 없는 학생들이 어떻게 사진과 어울리는 글들을 지을 수 있나요?
아이들이 담은 사진 위에 아이의 손을
잡고 사진 위에 손으로 다시 그리며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담은 사진을 마음과 머릿속으로 그려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짙은 안게
속에 왼쪽의 나무들은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서있고, 나무들 앞으로 전선은 가느다랗게 놓여져 있단다.’라고 말해요. 아이들은 머리와 가슴으로
사진을 그려내고 그 사진과 어울리는 글들을 직접 쓰는 거랍니다.
노을을 보러 간 땅 끝 전망대에서 온 몸으로 빛을 안고 있는 승원이
-책 ‘안녕,
하세요!’ 중에서-
Canon. 오랫동안 제자들과 함께해온 이야기가 오늘날 ‘안녕, 하세요!’라는 책과
영화로 나오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책과 영화로 제작 될 수 있었나요? 그리고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나요?
사진
동아리가 생기기 이전 저는 오랫동안 아이들의 사진을 담아왔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아서, 긍정적인 모습이 좋아서 항상 학교를 갈 때면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자처럼 항상 함께 했습니다. 함께하며 담은 사진들을 ‘공간루’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조인숙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분과의 인연은 저에게 놀라운 일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소소한
이야기들로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임태형(‘안녕, 형아’) 감독님을 통해 ‘안녕, 하세요!’가 영화로 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영화는 전반적인 아이들의 성장기가 담겨 있습니다. 마냥 해맑은 초등학생 이야기, 사춘기가 묻어나는 중학생 이야기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설렘
가득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진부의 6월 정기 촬영으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을 갔다
-책 ’안녕,
하세요!’중에서-
Canon. 항상 아이들의 사진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실 것 같아요. 아이들
사진을 주로 어떤 카메라를 활용하시나요?
EOS 5D Mark Ⅱ를 사용합니다. 현재 EF 16-35mm
f/2.8L USM, EF 24-70mm f/2.8 USM 외적으로 다양한 렌즈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표준렌즈인 EF 24-70mm
f/2.8 USM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학교행사와 쉬는 시간대에 사진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고 편리한 까닭인 것
같습니다.
Canon. 작가님께서 현재 사진을 통해 세상에 제자들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작가님께 있어 사진은
남다를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 사진이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사진이라는 자체는 저에게 취미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사진을 접목시키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야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사진활동은 저도 모르는 사이 사진작가
‘이상봉’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은 삶의 아주 중요한 일부로 부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세상에
들어내 보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진활동을 하며 인천에서 많은 도움들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점을 비롯해 인천 지역을 위한 작은
갤러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좋은 분들의 사진을 걸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앞으로 이 작은 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진세계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단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진은 ‘삶’입니다. 내 자신의 삶이고, 또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고, 인천 사진과 함께하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구체적인 철학보다도 살아가는 모습이자 삶의 한 방향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자신의 꿈을 어떻게 이루어 가고 있는가?
꿈을 향해가는 마음
자세는 어떻게 변해 가는가? 등의 과정을 언어적 표현과 몸짓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 ’안녕,
하세요!’중에서-
Canon.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제자들에게 바램이 있으시면 이 자리를 빌려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부에서 아이들이 사진을 삶에 있어 소중한 일부로 가져갈 수 있길 바랍니다. 사실
제가 아이들을 도맡을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말이죠.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반면,
아이들은 물이 흘러가듯 저만큼 흘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세상 바깥으로 나갈 때 사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본인들이
사진과 거리를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진부에서 아이들이 평생에 있어 사진이라는 세계를 소중히 가지고 가기를
바랄 뿐 입니다. 학창시절의 단순히 좋은 추억만이 아닌 작은 카메라라도 들고, 소소한 일상을 담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나아가기 이전 학교라는 공간에서 경험과 가르침을 토대로 세상으로 나아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
말로 저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그들은 꿈을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자신들이 꿈을 향해 얼마만큼 가고 있고, 얼마만큼 도착해 있는지를 이내 드러낸다.
이젠 아무런 도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몸짓과 모습만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나선다.
-이상봉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