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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피플] 목소리를 넘어 사진으로 감성을 담다, 사진전 '39'의 가수 김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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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가수 김형중입니다(웃음). 소개하려고 하니까 무언가 쑥스럽네요. 저는 93년도에 EOS라는
그룹의 보컬로 데뷔를 했습니다. 활동을 띄엄띄엄 해서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지만,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째입니다(웃음). EOS 시절에는
‘각자의 길’, ‘넌 남이 아냐’, ‘꿈 환상 그리고 착각’을 불렀었죠. 이후 ‘토이’를 통해 솔로로 데뷔했습니다. ‘그녀가 웃잖아’,
‘그랬나봐’ 등의 노래로 팬 여러분들을 찾아 뵈었죠. 막상 소개를 하려니 어렵네요. 소개 질문이 가장 쉬울 줄
알았는데(웃음).
Canon. 가수 활동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시된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클 것
같습니다.
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며 꾸준히 촬영해온 사진들을 전시하는 정도랄까요?
제가 작가로 불리거나 사진이 사랑 받는 것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아요. 이렇게 전시회까지 열게 된 것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주위의 많은 분들이 제 사진을 보시고 따뜻함이 느껴진다며 칭찬을 해주셨기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촬영을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 사진을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 따뜻함을 전달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는 사진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이를 통해 편안함을 느끼게 돼요. 제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웃음).
Canon. 이번 전시가 첫 전시이시죠? 간단한 소감 말씀 부탁
드릴게요.
그렇죠. 이번이 첫 개인전입니다. 이런
전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에요. 이 전시를 계기로 사진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로 여러분들을 만나 뵈었었는데
사진으로 새롭게 만나게 되니 다른 설렘이 느껴집니다. 취미생활을 시작해보자는 취지에서 구입한 컴팩트 카메라가 재미 있어서 꾸준히 촬영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사진을 참 많이 촬영했어요.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
중에 하나가 다작이 가능하다는 것이잖아요. 필름의 컷수 제약에 대한 고민이 많이 줄어들게 되니, 한 장면에서도 다양한 앵글로 촬영을 했어요.
지금 전시된 사진들이 촬영한 사진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낸 작업들입니다. 함께 사진을 보면서 편안함,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나를
스쳐갔겠지만,
내 삶의 그 흔적들을 돌아보고 거기서 작은 깨달음까지
얻는다는 건,
적지 않은 내 나이에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은 나에게 그런 시간들을 허락한다.
그 사람 때문에 외로워지는
것.
그 사람을 위해 나를 단련하는 것.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그들의 모습 속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지는
건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그들의 소박한 마음이 보이기
때문아닐까?
사진은 찍기 시작하며 매일 매일 깨닫게 되는 한 가지는
이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멋진
순간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서른아홉’ 이에요. 사실 먼저 서른아홉이라는 책을 출판
하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39살에 느끼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에 대하여, 황혼의 시기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전시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파트가
구별되어 서로 다른 사진이 전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각을 정리하여 좀 더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분을 해놓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사진 이외에 설명을 함께 들으실 수 있도록
‘QR코드’를 이용하여 함께 전시가 되었어요. 사진을 통해 제가 바라본 세상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기획해 보았죠.
Canon. 옆 벽면에
짧은 글이 하나 적혀있는데요. ‘지금 한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데 필요한 것이라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라는 문구가 참 와 닿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해당하는 글을 함께 전시하게 되셨나요?
말씀하신 글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글 중 일부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는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인데요. 제가 여행 중에 읽었던 책입니다.
가수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기까지 그리고 그 시절을 겪고 지금에 오기까지, 여러 생각과 일들을 겪으며 지내왔습니다. 조금은 쉬고 싶을
즈음 ‘그리스인 조르바’의 글 중 ‘지금 한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데 필요한 것이라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라는 글을 읽었을 때 마음
한 켠에 무언가가 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20년이나 해온
음악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온 음악에 대하여 진로를 고민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죠. 고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그 시기에 말씀하신 글귀를 읽었을 때에는 '행복하고자 발버둥치고 지내왔던 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욕심 때문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마음 한 켠에
자리잡던 많은 욕심들을 내려놓게 되고, 그로 인해 좀 더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게 되었죠. 자유로워지니 기존의 세상도 달리 보이고, 제가 촬영했던
사진들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죠. 그래서 이 글을 함께 전시한다면 관객들과 좀 더 저의 사진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
전시하게 되었어요.
Canon. 노래로 감성을 표현하다가 사진으로 표현하니 어떠한 부분이
다르던가요?
노래는 멜로디와 그 멜로디에 얹혀진
가사, 그 가사가 직접적으로 마음을 건드리잖아요. 그런데 사진이라는 것, 책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에 따라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
속에 있는 이야기가 어떤 그림이겠다. 어떤 모습이겠다.’ 라는 것을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무언가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지고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상상을 하게 해주는 아주
재미난 매개체에요.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에 따라 한가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또 다른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생각할 수 있다라는 것, 그 차제가 참 매력적입니다.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당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기도 하지만 사진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어떠한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은 노래보다 좀 더 다양한
감성을 지닌 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Canon.
사진을 촬영하시다 보면, 진행이 잘 안될 때가 있지는 않았나요? 그때마다 어떻게 하셨는지요?
물론 있죠. 저는 사진에 관한 기술이 뛰어나거나 나름의 노하우가 많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촬영을
반복하고 반복해도 원하는 사진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요. 그저 그 순간에 맡겨요. 전시된 많은
사진들이 그렇게 얻어진 사진들이에요.
그리고 말씀하신 상황이 올수록
다른 때보다 더 사진을 많이 촬영해요. 하나의 장소, 피사체를 두고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다양하게 촬영을 해봐요. 노출도
바꾸어보고, 배경의 사람들이 바뀔 때까지, 의자에 앉아있는 인물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느낌을 만날 때까지도 기다렸다가 촬영을 해보죠. 안될수록
더욱 많이 촬영하고 기다리는 연습을 멈추지 않아요.
특히 해외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한 장소에서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머무르다 촬영한 경우가 많아요. 한 장소에서 긴 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환경이 조금씩
바뀌어지는 순간, 셔터를 누르려 했었죠. 시간에 따라서 빛이 달라지니 공간이 주는 느낌도 달라지잖아요. 변화하는 순간 순간을 기다리며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고자 했어요.
Canon.
사진을 독학하셨다고 들었어요.
네. 사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거나, 교육기관을 다니지는 않았어요. 취미로 시작한 지가 10년 정도 되었어요. 가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배우기도
하거나 혼자 끙끙거리며 공부를 했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정말 컸어요. 초보자의 좌충우돌 카메라 자습이랄까요? 배우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조금씩 생기게 되었죠.
그렇다고 제가 카메라를 다루는
기술이 남다르거나 특별하지 않아요. 제가 특별히 원하는 색감을 위해 카메라 셋팅을 바꾸는 등의 별도 기술이 저에게는 정말 없어요. 제가 선호하는
카메라 작동모드는 자동모드에요. 오토를 사용하여 가장 많이 촬영해요. 다만 셔터속도를 조절하거나 노출을 달리해야 할 경우는 제가 수동모드로
촬영하지만 평상시에는 자동모드를 주로 사용하죠.
그리고 저는 주로
자연광을 이용해서 촬영해요. 가급적 그 순간을 그대로 담고자, 촬영하는 당시의 편안함을 표현하고자 노력하죠. 노출은 카메라가, 구도는
제가.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공부를 했어요.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보고 배우려 하지요. 좋아하는 작가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이에요. 그분의 작품을 보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해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요. ‘이러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촬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죠.
멋진 사진들,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정말 큰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Canon. 처음
카메라를 만지던 순간은 어떠셨는지요? 첫 카메라는 어떤 것이었나요?
첫 카메라는 컴팩트 카메라였어요. 취미로 사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하나 장만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보시는 사진이 제가 첫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었어요(아래). 이 사진을 통해 주변에서 ‘사진 좋다’ 라는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칭찬과 격려가 있다 보면 더욱 열심히 하게 되죠(웃음).
이 사진을 정말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금의 카메라와 같이 고화질로 촬영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더 크게 출력해서 보관하고 싶기도 하고, 함께
전시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당시의 카메라가 고화소도 아니었을 뿐 더러 이미지 크기도 작은 것으로 하여 촬영을
했었죠.
지금은 컴팩트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이유는 제 스스로가
너무 편해질 것 같아서 입니다. 다소 아이러니한가요(웃음)?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촬영을 하고자 카메라를 선택하실 수 있지만 저에게는 그 것이
오히려 작업에 있어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제 스스로가 편해지면 촬영에 다소 루즈해지면서 편안한 사진만을 촬영할 것 같아서였죠. 조금은
어렵고 힘든 길을 통해 좀 더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저는 전문가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Canon.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드러내고자 할 때마다 힘들지 않으신가요? 표현을 위한 그 감정의
기복들을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도구를 들고 주관성을 띄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글쎄요. 감정의 컨트롤. 사실 그게 쉬울
수가 없죠.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사진은 저에게 스트레스 해소도 된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가지고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 사진을 보고 만족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별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사진이 나오면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요. 그래서 저는 사진을 가지고 깊은 고민을 하거나 제 감정을 절제하면서 보여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힘든 시간을 겪어가며 사진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진은 제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입니다(웃음).
Canon.
사진들이 자로 잰 것처럼 반듯합니다.
제가 약간의
편집증 같은 것이 있어요(웃음). 아무래도 카메라의 격자모드를 활용하다 보니까 비뚤어지지 않도록 구도를 잡아요. 예전에는 이렇게 반듯하게 구도를
잡지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을 점차 진행할수록 반듯한 구도를 잡게 되었어요. 무언가 안정된 구도 속에서 제가 담고자 하는 느낌이 잘 표현되는 것
같아요. 가끔 제 사진을 보시는 분들께서 바른 생활 사나이가 촬영한 사진 같다고 이야기 하시기도 해요.
하하하.
Canon.
어떠한 제품을 쓰셨는지요? 바디와 렌즈 그 제품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5D, 렌즈는 EF 24-70mm f/2.8L USM을 주로 사용합니다.
피사체를 당겨서 크게 촬영하기보다는 풍경과 함께 촬영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광각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풍경 안의 인물을
촬영하여 좀 더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해요. 제가 담고자 하는 앵글을 담아내려면 와이드한 화각을 표현할 수 있는 렌즈가
필요하죠.
Canon.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작가님의 노래를 통해 울기도 웃기도 했었습니다. 앞으로도 멋진 사랑이야기들, 기대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노래로, 사진으로 앞으로
변함없이 꾸준히 표현할 것, 약속 드립니다.
에필로그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저에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 될 줄은
사진기를 처음 사던 그 순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한 장 한 장 쌓여가는 제 사진들과, 아주 가끔 저도 놀라게 되는 제 사진 속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며
제가 느끼는 이 행복감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이
생겨 앞으로 더 열심히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제 사진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단 한 사람이라도 경험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저는 또 더 행복한 사람이 되겠죠?
-김형중의
다이어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