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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피플] 그려낼 꿈이 있어서 미치도록 즐겁다! 차은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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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와 에릭이 등장했던 애니모션이나 무한도전의 비빔밥 등 누구나 한번은 봤을 광고를 제작한 CF 감독.
백지영, 이승환, 이효리, 싸이 등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뮤직비디오 감독.
또 백지영의 노래 ‘사랑 안 해’를 작사한 작사가.
모든 것이 한 사람, 차은택 감독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보다 더욱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차은택 감독.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즐길 수 없다면 피해라. 하지만 과연 피한다고 해결될까?
확실한 건 가장 즐거울 수 있는 건 무언가 그려낼 꿈이 있을 때… 미치도록 즐겁다!’
그의 말처럼 가장 바쁜, 그래서 가장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차은택 감독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뜨거운 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금 8월 프로젝트로 뮤직비디오 두 편, TV CF가 네 편… 동시에 작업하고 있어서 조금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제일 더울 때 제일 바쁘네요.
EOS 5D Mark II로 작업한 건 오래됐어요. 출시 때부터 쭉 사용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이번에 EOS C300과 EOS 5D Mark III가 나오면서, 새로운 기종으로 작업을 하게 됐죠. 점차 DSLR와 또 EOS CINEMA SYSTEM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TV CF도 EOS C300으로 촬영하고 있구요.
와, TV CF에서도 EOS C300이 사용되는군요. EOS 5D Mark III나 EOS C300으로 촬영하시면, 후반작업이라든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영상 장비와는 다를 텐데, 어떠신가요?
컨버팅 없이 파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나, 색의 관용도도 더 넓어서 컬러 그레이딩할 때 더 좋았어요. EOS 5D Mark III 같은 경우 특히 색이 풍부하게 나와서 만족도가 높았어요. 다만 EOS 5D Mark III와 EOS C300은 용도가 다른 것 같아요. EOS 5D Mark III는 카메라가 작아서 기존 장비랑은 그립감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뛰는 장면처럼 움직임이 많거나 아니면 오히려 전혀 움직임이 없는 장면에서 많이 쓰여요. 광고 쪽에서는 아무래도 EOS C300을 많이 쓰죠.
갱키즈 메이킹 영상에 등장하는 감독님을 보면, 연기지도는 물론 카메라를 직접 들고 뛰면서 촬영하기도 하시던데요. 평소에도 다이내믹하게 작업하시는 편인가요?
맞아요. 저는 카메라 감독이 촬영하면,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보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돼요. 그래서 보통 카메라 감독 한 대, 저 한 대 이렇게 최소 두 대로 작업을 해요. 특히 제가 찍는 뮤직비디오는 이야기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스토리를 담아낼 때 배우들의 좋은 감정을 잘 잡아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배우가 감정에 몰입해 있을 때 다양한 앵글로 한번에 잡아내기 위해서도, 제가 꼭 카메라를 잡는 편이에요.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서 배우들과 교감을 하시는 건가요?
모니터를 통해서 보는 것보다, 이제는 제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서 배우들을 보는 것에 훨씬 익숙해졌어요. 저는 moment라는 표현을 써요. 배우들이 고민하고 몰입해서 감정을 뽑아내는 결정적인 한 순간이 있어요. 배우와 제가 같이 호흡을 해서 그 순간을 담아내야 하는데요. 뷰파인더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와 호흡이 딱 맞을 때 알 수 있는 배우의 텐션이나 감정이 느껴져요. 이런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 배우와 제가 함께 연주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30분이 넘는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조금 다르죠. 영화처럼, 카메라는 창이 되어서 배우의 상황과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요.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나 광고처럼 호흡이 짧은 경우에는 그 moment라는 순간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트위터 소개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언가 그려낼 꿈이 있다면 미치도록 즐겁다!’ 영상이라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셨는데요. 정말 일하는 게 즐거우신가요?
저는 정말 일하는 게 즐거워요. 물론 미치도록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가끔 보면, 일을 노동으로 받아들이는 친구들을 봐요. 내가 투자하는 시간을 생각하고,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고… 그런 친구들에게 저는 즐겁게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일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실에 음악을 틀어놓고 집중하는 순간이나, 촬영 중에 뷰파인더를 보다가 갑자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도 있구요. 그럴 때 정말 즐거워요.
콘티도 직접 그리신다고 들었는데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컨셉을 잡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감독님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음악이요. 저는 작업할 때 늘 음악을 들어요. 만약 누군가 제 일보다 더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음악이라고 대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일 경우에, 뮤직비디오를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에 처음 들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좋은 부분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반드시 찾아내야 되거든요. 그걸 찾기 위해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계속 그 음악을 듣죠. 그러면 작곡가의 마음이랄까요, 그런 부분이 느껴지면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돼요.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음악에 맞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생각나요.
음악에 푹 빠져계시는 감독님만의 ‘노동요’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많이 지치고 힘들 때, 들으시는 노래가 있나요?
네, 있어요. 뮤지컬 Ka에 나오는 주제곡인데요. 정말 힘들 때 마다 이 노래를 들어요. 정말 집착할 정도로 듣는 것 같아요. ‘If I Could Reach Your Heart’라는 곡이에요.
얼마 전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지리산을 올라갔던 적이 있어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서서, 신고 갔던 명품 운동화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웃음) 1박 2일 동안 하루에 18시간씩 걸어서 천왕봉에 도착했어요.
천왕봉에 도착하고 나니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딱 한 가지, 이 노래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노래를 틀어서 저도 듣고, 천왕봉아 너도 들어라~ 그러면서 하염없이 이 노래를 들었던 적이 있어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이 곡을 들어보세요. 들으면 눈물도 나고, 힘도 나는 그런 노래에요.
감독님의 인생은 영상과 음악으로 이루어져있는 것 같은데요. 그 외에 또
하나의 요소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운동을 좋아하는데요, 그 중에서 야구는 제가 아예 팀을 만들었어요. 3년 전에
sway라는 야구단을 만들었구요, 지금은 한 40명 정도 같이 하고 있어요. 감독도 있고, 배우도 있고, 사진가도 있고, 검사, 의사, 사업하는
친구들, 학생들, 디자이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 팀 주장은 음료 도매하는 친구에요.
정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이게 되어서, 형~ 동생~ 하면서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요. 이 더운 날, 오늘도 저녁에 시합이
있어요.
얼마 전에 작업하신 싸이의 ‘코리아’ 뮤직비디오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보다가 울컥~ 하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는데요. 원 씬 원 테이크라는 기법을 사용하셨다구요.
워낙에 메시지가 있는 가사나 싸이 음악을
좋아해서 싸이가 ‘형, 같이 하자~’ 했을 때 ‘그래, 하자!’ 했는데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죠. 하하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서 기원하는 내용이니 만큼,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한 마음이 된다는 의미를 주기 위해서 원 씬 원 테이크로 가기로 했어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을 인솔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5살 꼬마부터 80세가 넘으신 인간문화재 분들, 말 안
통하는 외국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천 명! 그 천명을 데리고 연습하고 리허설하고 촬영 완료까지 9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게
미션이었어요.
어렵게 어렵게 리허설까지 마치고 이제 겨우 본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순간!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요, 부슬비가 아니라
엄청난 기세로 오는 비였어요. 경복궁 마당에 번개가 떨어지는 것까지 눈으로 다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비는 엄청나게 오고, 언제
그칠지도 모르고, 거기 모인 사람들의 불만은 다 저를 향하고, 스텝들은 저만 바라보고 있고… 그야말로 멘붕의 상황이었어요. 결국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 지금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요. 저한테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 작업인데요.
어떻게 보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다가, 갑자기 큰 어려움이 닥쳐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것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노력과도 닮아있는 것 같구요. 그런 점에 의미를 두려고 해요.
듣기만 해도 느껴지는 멘붕의 현장이네요! 감독이라는 역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텝들을, 배우를, 그리고 작품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인데요. 리더십에 대한 감독님만의 철학은 무엇일까요?
제일 두려운 것은, 제가 좋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저도 앞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인데요. 현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저의 결정에 따라서 좋은 결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또 반대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저는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구요.
저는 고민에 빠질 때 마다 이렇게 생각해요. 아닌 것을 빼보자. 내가 가진 선택지에서 아닌 것을 하나씩 하나씩 제외하다 보면, 가장 나은 결정이 남는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제가 해야 할 판단은 수천 가지에요. 의상, 메이크업, 조명, 카메라 위치… 다 판단의 순간들이거든요. 그럴 때는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노력한 만큼의 가치를 줄 수 있는가를 가장 큰 기준으로 판단해요.
지금 둘러보니까 이불, 세면도구, 여벌의 옷들도 있고… (웃음) 또 다양한 피규어들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여기 있는 것 말고도, 훨씬 더 많아요. 사실 저는 옷이나 신발 같은 걸 보고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이런 피규어들을 보면 ‘와~ 이거 사고 싶다,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은 마이애미에 갔다가 사들인 장난감들이 엄청 많아서 배 편으로 미리 보낸 적도 있는데요, 그때 무려 여섯 박스나 되더라구요. 하하하
지금까지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셨는데요, 앞으로 감독님의 인생에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일단은 오래 하고 싶어요. 제 일을 정말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그 다음으로는 메이드 인 차은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그 동안은 메이드 인 삼성, 메이드 인 싸이 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도움을 줬다면, 이제는 제 이야기가 담긴 메이드 인 차은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지금 3년 가까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역시 음악과 관련 있는 일이구요. 곧 선보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에필로그
차은택 감독님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화해가는 시대에,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타이즈라는 새로운 장르의 뮤직비디오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인터뷰 내내, 한 번도 이야기의 타래를 놓지 않으며,
그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만들었던 그는 역시 타고난 스토리텔러였습니다.
그리고 탁월한 리더였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차은택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기대가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