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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피플] 놓칠 수 없는 모든 순간을 담다, 타임랩스 작가 오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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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닿은 모든 순간을 마음 속에,
그리고 렌즈 속에 담는 타임랩스 작가, 오충영.
캐논 블로그 캐스터가 오충영 작가님을
만나봤는데요~
사진 속 영상, 영상 속 사진으로
만나는 신비한 세계 '타임랩스'
그리고 국내
최고의 타임랩스 작가, 오충영 작가님과 함께한 특별한 시간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오충영 작가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캐논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얼마 전 주말에는 캐논 렌즈 세미나를 통해 캐논 유저들을 만나셨잖아요. 어떤
내용으로 강연을 진행하셨나요?
대부분 사진에
관심이 많은 유저분들이 오셨기 때문에 '타임랩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중점으로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타임랩스 작가라는 타이틀로 작가님을 만나뵙게 되었는데요, 타임랩스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속도의
예술' 이죠. 일반적으로 눈으로 보는 속도의 30배, 많게는 1000배 넘게. 우리가 느끼는 속도를 배속해서 빨리 보는 것이
타임랩스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타임랩스 작가'로 검색을 해봤더니 작가님 이름이 참 많이
나오던데요, 그만큼 타임랩스 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처음에 이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 사진 촬영으로 아마추어
작가들과 함께 활동하다가 2007년도쯤 작업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바람을 쐬러 북악스카이웨이 갔었어요. 해 뜨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그 날
처음으로 그 장면을 봤죠. 신기하더라고요.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나중에 다시 봤는데 멋있어서 '제대로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다시 갔어요.
처음에는 타임랩스로 찍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사진으로 찍었는데,
사진은 해가 떠있는 장면만 보이잖아요~ 해가 뜨는 장면을 놓치기 아쉽고 그렇다고 그 과정을 스틸컷에 담기는 어렵고... 그 순간을 담기위해
타임랩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있었던 필름카메라를 다
정리하고 캐논 EOS 5D Mark Ⅱ로 바꿔서 찍기 시작했는데, 북한산, 남산 올라가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찍다 보니까 해가 뜨는 장면 이외에
다른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해가 뜨고 난 뒤 도심의 빌딩 숲을 만드는 그림자가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그 장면도 촬영하기
위해서는 한 대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은 기종으로 한 대를 더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방향을 보니 그곳의 새로운 장면도 담고
싶어서 하나를 더 구입했죠. 지금은 EOS 5D Mark Ⅱ 총 세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럼, 하나의 작품을 만드시기 위해서 같은 장소에서 세 가지 방향으로
촬영하여 편집하시는 건가요?
한 장소에서 세
가지 방향으로 찍기도 하고 또는 한 방향이라 할지라도 셔터스피드, 노출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가지고 다른 방법으로 찍을 때도
있습니다.
원래 타임랩스의 시작은 영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찍어서 빠르게
배속하여 만드는 것인데 요즘은 DSLR로 사진을 찍어서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잖아요. 작가님께서 원래 영상 관련 작업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영상 타임랩스가 아니라 DSLR로 이 작업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지금은 일반인들에게 DSLR이라는 장비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아니였죠. 그때만 하더라도 DSLR이 지금처럼 고해상도 기술을 갖지 못해서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로 타임랩스 작업을 했었는데, 아날로그 필름을
넘어선 HD라는 고해상도 영상 포맷이 등장하게 된거죠. 기술적인 부분과 맞다보니 자연스럽게 고해상도의 DSLR 사진을 이용하여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타임랩스 작업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알고있는데요~ 작품은 3분에서 5분 남짓되는 영상이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사진이 들어가잖아요. 보통 작업하실 때 몇 장 정도
찍으시나요?
타임랩스를 찍겠다고 작정하고
제주도 갔을 때는 거의 하루종일 찍는데요.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한 번 찍을 때 EOS 5D Mark Ⅱ 세 대로 10,000에서 20,000컷 정도
찍습니다.
작업할 때
그것들을 다 사용하시나요?
그렇지는 않죠.
그렇게 많이 찍어도 자연의 변화를 다 예측할 수 없어서... 순간순간 대응을 해야 하거든요.
구름이 가려져 있다가 갑자기 걷혀서 모양이 변화게 될 때 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해 놓치는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못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체의 40% 정도 버리는 것 같아요.
보통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찍으시는 내내 항상 대기하고 계신가요?
네,
그렇죠. 제대로 찍을 때는 동트기 전부터 해지고 밤까지 찍습니다. 자는 시간 빼고는 다 밖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휴식은, 자연에서 같이 있는 것 자체가 휴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별도로 쉴 필요는
없더라고요.
타임랩스
작업을 하고 계시지만, 엄밀히 말하면 본업은 아니시잖아요. 사실 타임랩스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실제로 제주도도 몇 번을 왔다갔다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런 타임랩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매력이 굉장히 있어요. 처음에 적극적으로 하기 전에는 단순히 빨리 돌아가니까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마찬가지로 일반인
분들도 영상을 빨리 돌리는 것 때문에 신기하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이것이 빨리 돌림으로 인해서 그 안에 있는 미세한 움직임이 생략되는 거잖아요.
사실 빨리 돌리다 보니까 그것들이 무시되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질서가
보이더라고요.
제주도에서 꼬박 1년을
찍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오름이 있어요. 그 오름을 동쪽 남쪽 북쪽 서쪽 찍다 보면
자연의 법칙 또는 질서가 느껴져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사람들은
미세하게 각자의 개성을 갖고 움직이지만, 남산타워에 올라가서 보면 사람이나 개미가 다를 게 없잖아요. 또, 자동차들도 꽉 막혀있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잘 보면 일정한 패턴이나 질서가 있거든요. 이것을 알게 되는 게 큰 매력이고 그러면서 타임랩스에 대한 접근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굳이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일주일에 몇 일 정도를 타임랩스에 투자하시나요?
본업에 의한 시간을 제외한 전 시간이라고
봐야죠.
작가님이
작업하신 타임랩스 작품들을 봤는데요. 촬영하시면서 휴식이 된다고 하셨는데 저희도 그 영상들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주제나 촬영 장소를
선정하실 때 특별한 기준이나 작가님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있으신가요?
주제가 사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보통 어떤
주제로 찍겠다고 정하고 가긴 해요. 제주도 같은 경우에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찍겠다고 갔지만 한 달에 열흘 정도? 매번 살다시피 있다 보면
처음에 정했던 주제가 좀 의미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초기에는 아름다움에 접근했는데 나중에는 아름다움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자연의 변화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더 좋더라고요. 저는 시선이 갔던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쁜 모양이나 구도보다는 마음이 갔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타임랩스는 후반 작업도 중요한데요. 전문가용 후반 작업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저를 럭셔리 작가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잘 쓰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Colorist이다 보니까 파일을 DPP에서 잡지 않고
동영상 컬러로딩하는 장비에서 직접 스틱컬러를 잡아요. 아마 그것이 일반적으로 하는 분들과 큰 차이일 것 같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타임랩스는
플리커 현상 없애는 방법 때문에 처음에 입문하시는 분들은 인터넷을 한참 검색하실 것 같은데요. 특히 서울에서 찍다 보면, 서울은 먼지가 많아서
플리커 현상도 많이 생기고 하죠. 그것들을 없애는 플러그인들이 있어요. 저는 주로 영상 합성장비 안에 있는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장비가 거의 억대라고 볼 수 있어요.
* 플리커 현상(명멸현상) ? 영사속도가 느릴 때 화면상에 나타나는 깜박거림.
EOS 650D CF의 후반
작업도 하셨듯이 작가님의 본업이 영상 후반 작업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본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3D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하고 싶은 영역들이 생기면서 영화, 광고 합성작업 VFX를 하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죠. 포토샵 합성이 영상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광고는 정말 수없이 많이 했고 영화 쪽으로 첫 작품은 '왕의 남자'
였어요. 영화 자체는 구성된 세트에서 촬영되지만, 그에 어울리는 조선 시대나 인왕산 배경이 필요하잖아요. 이런 것들을 합성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런 일을 하다 보니까 보통 촬영팀하고
자연스레 소통하게 되고 그러다가 촬영 쪽으로 가까워졌죠. 그렇게 VFX 쪽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했고 지금은 Colorist로 일하고 있습니다.
Colorist는 촬영된 영상에서 컨셉적인 컬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 VFX
? 시각효과, 비주얼 이펙트(visual effect) - 그림이나 영화의 프레임을 만들어 처리하는 데 쓰이는
용어
EOS 650D 광고를 시네마 EOS C300으로 촬영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일반적인 영상 작업을 하는 장비로 찍은 것과 EOS 시네마로 찍은 것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프로페셔널 감독들이 EOS C300에 대해 우려를 했었는데, EOS
C300은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카메라였죠. 필름베이스 고가의 장비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미묘하게 보완했다고나 할까요. EOS
C300은 기준점에 가기 위한 과정들이 심플하고 퀄리티도 좋고... 즉, 다시 말해서 후반 작업이 간편해요. 찍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도 좋아요.
영상문화의 저변확대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음..네. 도화선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타임랩스에 관심을 갖는
일반 유저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주제나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들이 많겠지만 타임랩스를 시도하려는 유저들에게 알려줄 Tip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촬영할 당시에 기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주로 찍으시는 분들은 촬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타입랩스경우에는 조금 달라요. 물론
실제 촬영도 중요하지만 촬영된 것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어떤 방법으로 편집할 것인지가 중요하죠.
우선, 타임랩스를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이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많이 두려워하시더라고요. 보통 자신이
재생해봤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잘 모르고 찍게 되거든요. 물론 우선은 실패 여부를 떠나 많이 찍어보시는 게 중요하고, 그다음에는 재생해보신
다음에 결과물이 이렇게 보여진다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유저들이 타임랩스에 도전할 때, 추천할만한 장비 또는 직접 사용하시는 필수 장비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선 삼각대는 기본이고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것은 TC-80N3, 인터벌 타임을 리모트로 메모리 해서
찍을 수 있는 것을 권유해드리고 싶습니다. 수동 릴리즈 역시, 자신이 계속 앞에서 대기해야 해서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전동
리모트 컨트롤러,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거 같아요. 그것이 지원되는 카메라라면 아무거나 다 괜찮을 것 같고요. 렌즈는 단렌즈 보다는 줌렌즈를
권해드립니다.
어떤 렌즈를 사용하시나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 캐논 EF 16-35mm, EF
24-70mm, EF 70-200mm, TS-E 렌즈들을 사용합니다. 특별히 렌즈에 욕심은 없습니다. 가끔 정말 렌즈에 국한되는 것을 찍고 싶을
때는 지인 분들한테 빌려서 찍어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준비 중인 타임랩스 작품이 있으신가요?
네.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우선 제주도에 간 목적에 부합하는 작업은 일단 끝났고요. 아름다움이 주가 된 작품이었죠. 한 10개월 후쯤에는 아름다운
것 말고 자연스럽게 접근했던 것들에 대한 것을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강정도 같은 방향으로 접근했던 것이고요. 앞으로 1년 동안은
그런 것들을 할 예정이고, 물론 저 혼자는 아니고 정사진 작가들과 영상업계 관계자들과 같이 작업할 계획입니다. 타임랩스와 정사진, 그리고
동영상이 결합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보통 작품이 완성되면 Vimeo 외에 공개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특별히 다른 것은 없습니다. 주위 분들이 전시계획 물어보기도 하시는데 아직 스스로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더 제 주관이 들어간 작품이 나오면... 아마도 내년쯤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냥
비메오를 통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캐논 플렉스 블로그 독자들에게 '타임랩스는 이다' 라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타임랩스에 관심 있는 분이 늘어나고 있는데 아직 커뮤니티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만약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싶습니다. 제가 많이 알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 드리고 싶네요. 요즘 분위기를 보면 만들 것 같기도 한데요~ 아무튼 그런 커뮤니티에서도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타임랩스의 세계에 입문하신다면, 자연의 새로운 질서를 알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아무도 없는 곳에 카메라와 단둘이 온종일 있다 보면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됩니다. 대자연 한복판에서 나를 생각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잖아요.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타임랩스이며 그것이 곧 타임랩스의 시작입니다.
에필로그
오충영 작가님께서 자신을 웃음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타임랩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만큼은 작가님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신기한 장르 '타임랩스'
앞으로도 오충영 작가님의 생각이 묻어난 멋진 타임랩스 작품들을 기대해봅니다.